우리나라는 산재 사망율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나라로 일하다가 죽을 확률이 제일 높다. 왜 그런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동자의 안전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현장과 노동자 사망 사고 등에 대한 미흡한 처벌 등이 문제인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에는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하청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해 더욱 노동자의 건강권은 위협받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자 건강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노동건강연대라는 단체에 가입하게 됐다. 노동건강연대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산재사망은 기업살인이기에 그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이미 시행이 되고 있고, 산재사망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은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를 만들게 됐고 매년 살인기업 선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인 활동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살인기업 고발운동’이었다. 산재사망에 대해서 모니터링 하고, 그 중에서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 단체와 단체의 법률가들이 노동부에 고발을 하자는 것이다. 특히 하청에 대해서만 처벌을 하는 관행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자 실질적인 지배권이 있는 원청에 대해서 고발을 하자고 했다. 

이에 우리는 2013년 1월에 성수역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고발사건을 진행했다. 고소는 당사자가 직접 하는 것이고 고발은 제3자가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 접한 사건 내용만을 알 수 있었고, 2인1조 근무를 하지 않은 것, 야간근무가 아닌 열차가 다니는 시간에 스크린도어 작업을 한 것에 대해서 원청인 서울메트로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해서 제시할 수도 없어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노동부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2012년 5월 25일 성수역 방음벽 사망사고, 우리가 고발한 2013년 1월 20일 성수역 스크린도어, 2015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건(이 사건도 고발했다) 등에 손 놓고 있었던 원청 서울메트로와 하청 은성PSD는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일으켰다. 

‘1시간이내 출동을 해야 한다는 것’, ‘1인 작업’, ‘열차가 다니는 시간에 일을 한 것’, ‘원청에 작업을 한 것에 대해서 보고를 한 것’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언론에서 다뤄졌고, 19세 청년의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은 과거 다른 사건들과는 다르게 주목이 됐고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그리고 관계자 모두에 대해서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로 조사를 하였다. 1심 법원에서는 원청인 서울메트로 대표자 김태호를 공소기각 하였으며 서울메트로의 설비처장과 기술본부 본부장을 무죄처리 하였다. 서울메트로의 은성PSD(주)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사항을 관리·감독해야하는 각 피고인들은 벌금형(최대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하청인 은성PSD(주)의 경우 3,000만원의 벌금과 대표자는 징역 1년(2년 집행유예)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또한 구의역스크린도어 사건 이후 2년이 지난 2018년 언론기사를 보면 서울시가 관련업무 종사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였다고 하고 사고건수도 2016년에 비하면 50%, 2017년에 비하면 35% 줄었다고 한다.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있을 때 제대로 대처하고 처벌하고 이후 대응이 됐으면 구의역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노동부 출석당시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냐는 태도와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는 태도, 부족한 법령 등이 반복되는 사고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하청노동자가 사망하고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 됐다. 유해작업에 대해서 사내도급을 금지하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무를 제공하는 자까지 보호의 범위를 넓히는 등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보다 진일보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개정된 법에 의해서도 김용균은 직접고용이 아닌 하청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김용균과 같은 일을 했던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노동자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시신을 훼손하고, 규정 등을 어기면서 김용균을 사망에 이르게 한 서부발전은 유족과 대책위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위험한 작업을 했었던 김용균의 동료들의 정규직화가 있어야 똑같은 재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20대 청년노동자가 경기도 화성에서 자동문 설치작업을 하다가 끼임사고로 사망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좀 더 나은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의 제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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