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활동 모습

 

10월 25일 목요일 아침,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대화를 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은평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참여자들인 일명 ‘은나래’ 멤버들이다. ‘은나래’는 은평구 마을축제 공연을 앞두고 단체명 제출을 위해 참여자들의 투표를 통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50세 이상 은평구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은평문화재단은 서울시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2018년 4월 한 달 간 20명 정원의 참여자를 모집,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10분까지 6개월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사업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러 11월 15일에 있을 최종발표회를 앞두고 공연을 준비 중인 은나래 멤버들은 강사들의 지도하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무대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맡은 파트에 대해 직접 안무나 대사 등을 준비해와 선보이고 서로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다양한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서정희 씨는 은평구에 15년간 거주하면서 이런 문화예술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전에는 예술단이나 공연 초대장을 받긴 했지만 가본적은 없었고 이 프로그램은 동네에서 현수막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직접 연락해서 신청했다”고 한다. 특히 “동네 축제에서 공연을 했는데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기쁨을 느꼈다”며 “일단 아이들이 많았고, 호응해주는 사람이 많았고, 분위기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 아픔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그걸 표현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하면서 “부담보다는 즐거움이 더하고 아픔을 치유하듯이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3시간을 소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강사들이 요가와 연극을 결합하고 진심으로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믿고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신정길 씨는 은평구에 30년 가까이 거주중인 주민으로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신청했다”며 “떨어질까 망설였지만 한번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다행히 선정”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역시 문화예술관련 활동이 처음인 신정길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삶의 이야기들을 처음에는 선뜻 하지 못했지만 천천히 내면을 열게 되고 그 아픔들을 눈물, 표정, 몸짓으로 마음나누기를 하게 됐다”면서 “그 전까지 전혀 몰랐던 것들을 경험했고 충격에 가까웠다”고 한다. “60대 이상의 남성들은 연극-무용을 먼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어려워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버벅대도 괜찮다,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은평구에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표현은 잘 못했지만 같이 연습하는 동료들, 틀려도 나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동료들과 선생님들에게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활동 모습

 

몇 달에 걸쳐 참여자들은 각자의 스케치북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본인이 겪은 이야기, 기쁨, 슬픔, 행복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공연이 탄생했다. 살짝 들여다본 스케치북에는 형형색색의 그림과 글들이 가득했다.

공연의 제목인 “행복을 찾아서”, 공연 대사의 일부인 “행복할거야”, “자유롭고 싶어”라는 문장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얻어진 참가자들의 바람이 담겼고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연극에 담아내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강진희 강사는 “자신의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내 몸을 리듬과 움직임으로 만드는 것, 자신의 몸의 역사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참가자들에게 내 몸에 대한 탐색의 경험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최현주 강사는 “참여자들이 이 경험과 결과발표회를 통해 삶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통해 내 삶의 큰 힘을 얻고, 문화예술 향유가 내 삶과 연관이 되어 원동력이 되고, 무엇보다 즐거움을 위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평문화재단은 이 프로그램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전문사진기사를 섭외하고 예술교육, 노인복지, 사회복지 분야의 모니터링단을 모집·운영하는 등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개선점을 마련해가고 컨설팅을 받는 과정을 가졌으며, 50플러스 재단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 재단관계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노년의 삶에 관련한 교육을 거쳐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다. 

「나의 살던 은평, 은빛날개를 달다」 사업의 첫 해, 은평의 시니어들과 은평의 문화와 은평의 특색을 아우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겨있는 11월 15일 최종발표회가 참여자들이 말하는 ‘행복’에 대해 은평의 주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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