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걸을 때 필요한 폭은 얼마일까?

사실 그 너비는 얼마 되지 않아.

움츠려 선다면 많아야 65cm?

아니, 어쩌면 더 작을 수도 있어. 30cm!

그 작은 틈이면 충분했어!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었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효순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30cm의 ‘틈’조차 없어 무참하게 미군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는 웹툰집 《해후》(출판사 나무와 숲)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간극장>을 비롯해 EBS <아이의 사생 활> 등 200여 편의 TV 다큐멘터리를 구성하고 집필한 방송작가 오정요가 쓰고 최정민·조아진·최정민 작가가 그린 세 편의 웹툰이 담겨 있습니다.

최정민 작가의 <틈>은 30센티의 ‘틈’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그날의 비극적 사건과 가해 미군들에게 무죄를 선언한 미군 법정의 불합리한 재판, 나아가 그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진실을 밝히라는 시민들의 외침까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자칫 무겁고 힘들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조아진 작가의 <해후>는 효순·미선이가 세월호의 선생님·아이들과 위안부로 끌려간 어머님들을 하늘에서 만나 서로 위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효순·미선의 죽음을 두 역사적 사건과 연결시키고 승화시켜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내용입니다.

박비나 작가의 <반딧불이의 꿈>은 효순·미선으로부터 시작된 촛불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어김없이 날아와 빛을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두 소녀는 우리가 촛불을 켤 때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효순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는 작년(2017년)에 사고 현장의 땅을 시민들의 정성어린 모금으로 사고, 이제 그곳에 평화공원(조성비 2억원 추정)을 만들려고 합니다. 2019년 17주기 추모제를 계기로 평화공원을 완공해보자는 소망을 안고 있습니다.

효순미선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어디 마땅한 곳이 없어 사고현장 길가 축대 위에 올려놓고 간 중학생들의 쪽지편지들을 예쁜 상자에 담아낼 수 있을 겁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의 위험을 피해 길거리에서 지내던 추모행사도 안전하게 치를 수 있게 되겠지요. 이번에 출판한 『해후』가 평화공원 조성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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