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누구나 새해 건강할 계획을 세우실 거예요. 담배를 끊어야겠다, 술을 줄여야겠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해야지 등등. 이런 계획들은 당연히 세우셔겠지만, 오늘은 그 얘기(그 잔소리 ^-^) 말고 우리가 같이 노력해서 바꿔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들을 드릴까 합니다.

음식을 따로 먹으면 좋겠습니다.

혼밥, 혼술을 하라는 말씀이 아니고요, 국이나 찌개를 여러 사람이 함께 떠 먹거나 반찬을 나눠먹는 등의 상황을 줄이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다른 사람의 침이 묻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독감 시즌이라 가족들 중의 누군가 독감을 진단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럴 때 꼭 주의를 드립니다. ‘식사를 같이 하지 마시고요.’ 침이나 콧물, 가래를 통해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고, 침과 대변을 통해서 소화기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기에, 침이 섞이지 않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에 유행하는 많은 바이러스성 감염병들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손 씻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

위암 발생율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이 높은 이유는 헬리코박터균 때문인데, 헬리코박터균은 바로 침에서 침으로 (위에서 입으로) 전파가 됩니다. 그러니 집에서도 급식처럼 자기가 먹을 반찬을 조금씩 덜어서 각자 접시 위에 놓고 먹어보면 어떨까요? 식당에서도 가능하면 개인용 반찬을 조금씩 덜어서 먹는 방식으로 점차 바꿔보면 어떨까요? (한국인의 전통적 식사 상차림이 아니라서 거북하시다고요? 아닙니다, 한국인의 전통 상차림인 3첩반상, 5첩반상 등은 놀랍게도 1인용이었습니다!)

함께 구충제를 먹는 날을 정해봅시다.

제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대변검사를 하고 구충제를 먹는 것이 연례 행사였습니다. ‘대변검사에 얽힌 추억들은 옛날이야기지, 요즘엔 기생충도 없는 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천만에요, 아직 기생충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밤잠을 괴롭히는 요충은 정말 골칫거리입니다. 요충은 새벽에 항문 근처에 알을 낳고 다시 장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가려워서 아이들이 항문을 긁을 때 손가락에 옮겨 붙은 요충의 알이 장난감과 색연필에 옮겨 붙어 있다가 다른 아이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서 요충 감염이 전파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똥을 먹은 거잖아라고 놀라실 수도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어른들도 아이들도 손을 잘 씻어야 합니다!)

요충은 구충제 1회 복용에도 잘 없어지지만, 문제는 그 다음 날이나 그 다음 주에 또다시 요충알을 손가락에 붙여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구충제를 먹을 때는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모두 함께 먹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이런 칼럼 하나 쓴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주치의로 살다 보니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하나씩 눈에 보여 신년부터라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싶어 써 보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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