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토) 오후 2시 ‘도봉구립도서관 중장기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이 도봉구청에서 열렸다. 지방정부에서 공공도서관 발전을 모색하고 알리는, 흔치 않은 자리여서 일부러 다녀왔다. 

도봉구는 지난 8월 31일 ‘주민대토론회’를 거쳐, 9월 5일 도봉구립도서관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9월 5일 정책포럼에 참석하지 못해서 담당자 분께 연락드려 『정책포럼 자료집』을 따로 입수해서 살펴보고 있다. 『정책포럼 자료집』을 살펴보면 도봉구 도서관 현실을 진단하면서 도서관 인프라를 혁신하려는 고심이 느껴진다. 

도봉구는 왜 도서관 발전계획을 세웠을까? 

도봉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차 도서관 발전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12월 15일 선포한 도봉구립도서관 중장기 발전계획은 2차 계획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비전과 과제를 담고 있다. 

도봉구가 도서관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발전계획을 세웠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서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발전계획을 마련한 시도 자체라고 본다. 시민 대상으로 실태 조사와 주민대토론회 같은 의견 수렴을 거친 과정도 인상적이다. 

은평구나 도봉구 모두 서울 도심에서 가장 먼 베드타운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도봉구의 행보를 보면 도서관을 ‘생활 문화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23년 건립될 서울아레나,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 동북권 세대융합형 복합시설을 통해 ‘자생도시’를 만들어 가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지만 도봉구의 야심과 비전은 부럽다.

한두 해 전 도봉구 공공도서관을 모두 둘러본 적 있다. 도봉구 공공도서관에 대한 개인적 인상을 정리한다면, 가장 먼저 둘러봤던 서울시교육청 도봉도서관은 실망스러웠다. 도봉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었음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우수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반면 도봉구가 직접 지은 구립도서관을 둘러볼 땐 생동하는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도봉구 도서관 인프라가 서울시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서 낫다고 볼 수 없지만, 물밑에서 시민 의견 수렴과 발전계획 마련 같은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활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서관 격차’가 가져올 ‘삶의 격차’를 우려한다

여러 도시, 여러 지방 도서관을 둘러보노라면 지방정부의 ‘도서관 격차’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서울시만 해도 성북구처럼 도서관을 중심으로 도드라진 성과를 축적해가는 지방정부가 눈에 띈다. 지금보다 시간이 지나면 지방정부간 도서관 격차는 더욱 현격해질 것이다.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비롯한 ‘문화자본 격차’가 가져올 ‘삶의 격차’가 우려스럽다. 

세상에는 뛰는 도서관, 걷는 도서관, 기는 도서관처럼 다양한 도서관이 있지만, 멈춰 있거나 뒷걸음치는 도서관도 있다. 은평구청장과 정책 담당자, 도서관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은평구 공공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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