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나무가 아니라 다른 생명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난 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재미있는 토론회가 하나 열렸다. 한강 밤섬에 수달을 복원해보자는 토론회였다. 

2017년 1월 18일, 한강유역환경청은 어미와 새끼 등 수달 가족 4마리가 서울 한강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2016년 3월 경 한강 지류인 탄천에서 수달 1마리를 봤다는 시민 제보를 계기로 4월부터 팔당댐 하류부터 한강 하구까지 총 92km에 걸쳐 무인카메라 10대를 설치해 수달 서식 유무를 확인한 결과였다. 

살아있는 수달이 한강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1973년 팔당댐 건설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과거 한강을 비롯한 전국의 강과 하천에서 흔하게 발견되었던 동물인데 이동을 막는 댐 건설과 한강 둔치가 인간의 이용 위주로 개발되면서 서울 한강에서는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천이 직선으로 바뀌고 호안이 콘크리트 블록으로 뒤덮이면서 바위 무더기, 큰 나무뿌리 등 수달이 보금자리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 것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고기 생태계가 교란 된 것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물론 모피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잡아들인 것도 무시 못 할 원인이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수달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 가족은 어디서 온 걸까? 어떻게 온 걸까? 도대체 왜 온 걸까? 오긴 왔는데 이곳이 살 만한 곳일까?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 수십 년 만에 수달이 한강에 돌아왔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큰,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수달은 하천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다. 최상위 포식자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포식자의 생존을 뒷받침할 정도로 생태계가 아주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니, 서울 한강에 수달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 한강의 생태계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이참에 한강에 수달이 돌아온 의미를 되짚어 보고, 더 나아가 서울 한강에 수달이 잘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서식지 복원과 수달 복원을 해 보자는 취지로 토론회가 마련되었다.   

수달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원래 이 녀석은 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아서 하천과 같은 내륙의 수계, 하구언 및 바다의 만 등 모든 물이 있는 지역에서 서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리가 짧아 땅위에서는 빨리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수백 미터 떨어진 육지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낮과 밤 모두 활동하나 주로 밤에 더 많이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물에서 주로 살다 보니 먹이도 대개 물고기, 개구리, 가재, 게, 수생 무척추동물이지만 때론 육지에서 사는 쥐나 토끼, 새도 가끔 잡아먹는다고 한다. 태어난 지 1개월이 지나야 눈을 뜨고 2개월이 되면 굴 밖으로 나와 수영을 하며, 3~4개월이 될 때까지 어미의 양육을 받는데 1년 정도 지나면 어미와 헤어진다고 한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대충 이랬다. 수달은 서울 한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동물이 될 수 있다. 서울 시민들에게 수달이 살 수 있는 한강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하자. 수달은 한강 생태계 복원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수달은 귀엽게 생겨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다른 동물보다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서울 한강 중 강동구 고덕동 일부구간과 밤섬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구간이니, 이 구간에 수달을 방사해 한강에 수달이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그러면 좀 더 많은 서울 시민들이 한강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좀 더 많은 참여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한강 곳곳에서 수달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아니, 한강뿐만 아니라 한강과 연결된 지천에서도 수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광천에서 신나게 물장구치며 노는 야생의 수달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신나겠다. 상상만 해도 설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강 곳곳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고, 콘크리트 블록으로 뒤덮였던 강가를 뜯어내고 자연형 호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한강 둔치는 아직도 사람의 공간이지 숲의 공간이 아니다. 한강은 여전히 인간을 위한 공간이지 수달과 웅어와 참게와 큰고니의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강에서 수달을 보고 싶다면 정말 무언가 해야 한다. 매년 한강 둔치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수달과 더불어함께 살 마음과 삶의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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