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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아이 키우는 페미니스트 엄마 이야기 
  • 조미리 시민기자
  • 승인 2018.12.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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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조미리 씨와 가족

작년 7월,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난 엄마가 되었고, 내 삶은 정말 많이 변화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처음 겪는 낯선 상황에 정말 혼란스러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페미니즘을 공부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큰 복이다’ 생각했다 또 잠시 후에는 ‘내가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후회했다. 하지만 육아에 익숙해지고 적응이 될수록 페미니즘 공부를 한 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나는 가족, 마을에서 만난 페미니스트 동지들, 초보 엄마를 보며 온 마음으로 동지애를 표하며 도움을 준 수많은 선배 엄마들 덕에 초보 엄마로서의 육아의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여성들은 엄마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 몇 십 년이 지나도 다시 생생하게 떠올라 금방 동지애를 느낄 만큼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드러내어 힘들다 말하는 순간 모성애가 부족한 모진 엄마가 되어버리고 만다.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모성 신화 속에서 힘들다 말하는 것은 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행히 나는 친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고, 젠더 감수성이 높은 남편과 살며 독박육아를 하지 않지만, 내 주변에는 독박육아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넘쳐난다. 육아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기보다 잠깐 도와주는 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은 아빠들의 일화가 넘쳐난다. 임신 전에는 공부하고 일하며 사회생활을 하던 엄마는 임신·출산 이후 당연한 듯이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집 안에서 육아 위주의 생활을 한다. 

하지만 아빠는 가족을 부양한다며 여전히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아이를 키우느라 예전보다 회식도 줄이고 야근도 줄여야 해서 힘들다고 불평하는, 주말에 마음 편히 쉬고 싶다고 말하는 아빠들에게 묻고 싶다. 엄마는 출산 후 당연한 듯 일을 쉬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는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하는데 아빠는 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요즘 시대에 육아는 엄마의 일, 아이 보는 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간 큰 아빠가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아 놀랍다. 

초보 엄마는 처음 하는 육아가 어렵고 낯설고 두렵고 외롭다. 아이와의 외출이 자유로워지는 100일, 길게는 1년까지 집 안에서 아이와 생활하며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생활에 엄마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끌어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달래며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아이와 둘이서 하는 외출도 쉽지 않다. 맘충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자꾸만 위축된다. 이럴 때 관계가 있는 마을 사람들과 익숙한 공간들이 큰 도움이 된다. 마을 활동가로 마을이 직장이기도 하고 삶이기도 해 마을이 정말 큰 버팀목이 되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에는 정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이웃이 친구가 되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엄마들이 참 많다. 나는 육아맘 당사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육아 활동을 하게 되었다. 마을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독박육아에 지쳐하는 엄마들을 만나며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내가 사는 마을, 이웃들의 젠더감수성이 높아야 내 아이도 그렇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젠더 감수성 있는 마을 속 공동육아’를 꿈꾸게 되었다. 올 해 부터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마을 활동가 엄마들과 함께 ‘마을 속 젠더기반 공동육아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되었다. 엄마들은 페미니즘 책을 읽고 아빠들은 살림의료사협에서 진행하는 ‘남성을 위한 여성주의 학교’에 참여한다. 함께 페미니즘 관련 영화를 보기도하고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는 공동육아를 하기도 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참가자도 많지 않지만 이런 활동이 모여 아빠가 아이를 보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는 아빠, 엄마가 늘어날 것이라 믿는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갈 때 마다 “아이는 어디에 있어요?” 하는 질문을 받는다. “아이는 아빠와 행복하게 있어요.”하고 답하면 “정말…행복할까요?” “우와, 대단하네요. 부러워요.”하는 반응을 더 이상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보다 아이를 잘 보고 적성에 맞는 것 같은 남편이 더 당당해지고 닮고 싶은 아빠가 되기를 바란다. 육아에 서툰 엄마인 내가 더 이상 육아에 서툰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를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젠더 박스를 벗어나 자유롭게 선택하고 나답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며 나는 오늘도 마을에서 아들을 키운다. 나와 같이 고군분투 육아중인 엄마, 아빠들에게 응원과 동지애를 보낸다. 

 

이 글을 쓴 조미리(채타피)씨는 은평 마을에서 나고 자라 17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페미니스트 엄마다. 

조미리 시민기자  chatap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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