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는 페루 수도 리마의 남쪽에 있다. 리마에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지붕이 허술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연중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바람도 일지 않아 지붕은 그저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구실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집은 아예 지붕을 올리지 않기도 했다. 버스로 반나절 거리인 파라카스에는 거대한 문양이 남아있는 산사면을 볼 수 있는데 옛사람들은 등대 대신 항해 표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파라카스의 거대한 문양 역시 이런 기후조건 때문에 천 년 이상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이까 사막을 거쳐 나스카로 다가갈수록 풍경은 황량 그 자체다. 가보진 않았지만 달표면이나 흡사 화성 어느 언저리를 지나는 기분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붉거나 거무튀튀한 바위 사이로 난 길은 여태 보아왔던 지구와는 전연 다른 풍경이다. 

나스카 라인(문양)은 자갈로 이루어진 나스카 사막 평지와 주변 산지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이다. 기원 전 300여 년 전 작품. 우주인 도래설도 나오긴 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제작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에 그림을 그린 방법은 밝혀졌다. 작은 그림에 점을 찍고, 거기에 줄을 연결하여 비율에 맞게 늘인 다음 늘인 점들을 이어주는 방식으로 그렸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거대한 그림을 그렸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 지상화는 2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올 4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50여개의 그림을 더 찾았다는 소식도 있다. 주변에는 미라와 집터 등 나스카 문명이 존재한다. 물이 귀한 이곳 여기저기에는 지면 아래쪽으로 달팽이처럼 돌아내려가면서 물을 저장한 시설도 보인다.

고래, 원숭이, 개, 앵무새, 벌새, 나무, 손, 거미, 우주인.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봤지만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햇빛이 강한 날은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오전과 오후, 시간을 잘 맞춰야 선명한 그림이 가능하다. 비행기 대신 전망대에 올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은 산사면 한곳을 가득 채운 우주인이다. 단순한 표정도 정겹고 오른손을 들어 인사라도 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도 느낀다. 활주로처럼 생긴 사각 도형과 ‘우주인’으로 명명된 이 그림 때문에 나스카 라인이 외계인의 표식이라는 설이 생긴 듯하다. 

경비행기 비행장 옆에는 작은 가게가 있다. 나스카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와 작은 돌, 나무 조각 등 기념품을 판다. 값은 무척 싸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나스카 문양은 다시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주는 마법을 부린다. 나스카에 가게 된다면 한두 개 사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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