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구독 빌미로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훼손 말아야 

우리 사회에서 좋은 언론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정권홍보에만 몰두하며 언론의 제 역할을 놓아버린 결과를 참혹하게 지켜봤다. 복지, 교육, 노동, 인권 등 시민들의 삶에 밀착된 다양한 사안들을 외면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봉쇄당한 결과 국정시스템이 무너져 내렸다. 언론이 시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권력을 홍보하는 관영매체로 전락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최근 은평구청은 7개 지역신문사에 ‘지역신문 구독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왔다. ‘허위·왜곡·과장·편파보도 및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받거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 신문구독지원계획에서 배제’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 구청공문은 심각하게 언론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신문구독지원계획이란 구청이 신문을 구매해 통반장에게 보내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일명 ‘계도지’를 의미한다. 이는 70년대 국정홍보의 수단으로 신문을 활용하던 구시대적 관습으로 2000년 이후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계도지를 없앴다. 하지만 아직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은평구에는 남아있고 서울시 전체로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은평구에서는 6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매년 집행되고 있다. 

설령 은평구가 신문구독지원계획을 갖고 언론을 지원하고 있다 하더라도 편파보도 및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빌미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건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통제하겠다는 말과 같다.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과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해 주요한 공공 문제를 적극 다루어야 하는 책무를 갖는다.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해결한다. 이 법률은 언론사 보도과정에서 명예나 권리 등이 침해를 당했을 때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구제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무시하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신문구독지원계획’을 빌미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일은 명분 없는 언론통제에 불과하다. 이런 발상이 2018년 민주화된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지방분권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방분권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지역이 가진 특색에 맞는 효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삶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다. 그리고 지방분권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중앙언론이 우리 지역의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지역 언론은 지역공동체와 연결되고 지역공동체는 다시 그 지역을 중심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만들어간다. 또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문제점을 찾고 그 해결점을 제시해나가는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지역사회가 튼튼해야 한다. 행정은 투명하고 의회는 공정하고 시민사회는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건강한 지역 언론은 꼭 필요한 조건이다. 상호간에 건강한 견제와 비판 그리고 협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이 지역사회 안에서 공론화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 안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지역 언론과 지역미디어에 관한 고민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그 길은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상호상생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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