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야합 변명 대신,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 필요

12월 8일 토요일 새벽, 국회는 2019년도 정부 예산안 470조원을 통과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합의해 결정한 것입니다. 

이 둘의 합작품인 2019년 예산을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 빈곤노인 지원예산 4,100억원이 전액 삭감되었고 장애인연금 2,549억원도 삭감되었습니다. 농민에 대한 쌀변동직불금 예산 3,242억원, 일자리 지원예산  6,000억원도 삭감되었습니다. 노인, 장애인, 농민, 구직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서 빼앗은 예산은 토건과 일부 의원의 지역구챙기기 예산으로 채워졌습니다. 고속도로 건설예산 3,107억원, 일반국도 1,135억원, 철도 5,104억원 등이 늘어났습니다. 

SOC예산 중에는 이해찬, 홍영표, 김성태, 장제원 등 두 정당의 실세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민생은 저버리고 자기들이 향하는 곳을 정확히 보여준 이번 예산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참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예산을 결정한 과정과 방식 역시 큰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산은 정부가 예산안을 낸 것을 토대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내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해진 기간 안에 소위원회 심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감액과 증액 등의 주요 결정을 소소위(소위원회의 소위원회)로 다 미뤄버립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요 예산을 결정하는 소소위는 국회의 공식기구가 아닙니다. 구성의 법적 근거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습니다. 당연히 누가 참석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원칙도 없습니다. 예산소위원회처럼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거나 회의 내용이 속기록으로 남지도 않습니다. 국가의 한해 예산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가 폐쇄적으로 몇 명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밀실예산, 야합예산 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12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나라 살림이자 민생과 관련된 예산안은 조속히 통과시켜야 했습니다. 따라서 예산안 통과가 밀실야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후략..)”

박주민의원에게 듣고 싶습니다. 얼핏 보더라도 민생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예산의 어디가 민생 예산인건지 말입니다. 하물며 민생과 관련되었다 하더라도 민생을 이유로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는 것이 정당한지 말입니다. 누가 들어가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수도 없는 회의에서 결정된 예산이 어떻게 밀실 야합이 아니라는 건지 말입니다.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고유한 권한과 임무입니다. 예산심의를 매번 시간에 쫓겨 헌법에서 정한 날짜를 넘기고 그마저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결정을 밀실에서 처리하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입니다. 

예산의 심사 과정에는 반드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회의원들의 책임성이 담보됩니다. 쪽지예산, 지역구 챙기기 예산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것은 밀실야합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할 것인지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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