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요청 공문, 지역신문 자율성 보장 심각하게 침해

12월 5일 은평구청이 7개 지역언론사에 보낸 <지역신문 구독관련 협조 요청사항 안내> 공문

12월 5일 은평구청으로부터 한 장의 공문이 도착했다. 수신자는 은평시민신문을 비롯한 7개 지역언론사이며 공문 제목은 ‘지역신문 구독관련 협조 요청사항 안내’다. 공문에 담겨있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1.구정홍보에 협조해주어 고맙다  

2.우리구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신문구독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3.지역신문 구독지원사업은 우리구 통·반장에게 배부되는 만큼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4.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를 받거나 음란한 내용의 신문 등을 발행할 경우 신문구독지원계획에서 배제될 수 있다.

이번 구청공문은 ‘지역신문의 취재 및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지역신문발전법 제3조 지역신문의 자율성 보장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문구독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와 ‘지역신문이 통·반장에게 배부되고 있다’는 두 가지 내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첫째 ‘신문구독 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려면 지역신문 관련 법안이나 규정 등 기준안이 있고 그 기준안에 근거해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은평구에는 관련 법안이 마련 돼 있지 않다. 둘째 ‘지역신문이 통·반장에게 배부되고 있다’는 구청이 구독해서 나눠주는 지역신문이 결국 계도지라는 말과 같다. 

계도지는 7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국민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하여 홍보용으로 출발했다. 2018년 현재에도 계도지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행정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역신문을 구독하고 지역신문은 행정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으며 공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경남지방을 시작으로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이 예산을 없앴지만 아직 은평구에는 남아있으며 그 예산규모는 6억에 이른다. 행정과 언론이 이런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역신문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지자체는 계도지 예산을 없앤 후 지역신문지원조례를 만들었다. 건강한 지역언론 육성을 통한 지역단위 여론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통·반장에게 배부되는 계도지를 없애야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데 은평구청은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계도지를 운영한다는 앞뒤가 바뀐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구청이 제시한 지역신문 지원 기준은 신문사 창간년도 뿐

이에 대해 은평구청은 기준안이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기준안은 창간년도와 ABC협회가입 등이라는 것이다. 이중 ABC협회 가입여부는 지역신문의 영세성을 고려해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남는 건 신문사 창간년도 뿐이다. 지역신문발전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면서 결국 적용하고 있는 기준안이 신문사 창간년도, 즉 오래된 신문사를 제일 많이 지원한다는 결론이다. 지역신문발전 특별법,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자 선정 등 지역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어떠한 기준에도 신문사 창간년도에 따라 오래된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일은 없다. 지역신문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 일과 창간년도와의 상관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문 마지막 항에 있는 ‘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를 받거나 음란한 내용의 신문 등을 발행할 경우 신문구독지원계획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내용은 행정이 지역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란 언론보도 내용에 의한 국가적 법익, 사회적 법인 또는 타인의 법익 침해사항을 심의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언론사에 서면으로 그 시정을 권고할 수 있으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 참고로 2018년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소위원회는 총 10차례 회의를 열고 총1,206건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음란한 내용의 신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표현이다. 

결국 은평구청은 관련 법안도 없이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신문구독사업을 한다’는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주장과 ‘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를 받거나 음란한 내용의 신문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구독기준을 가늠할 수 없는 공문을 보낸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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