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삶의노래, 은평이야기 2'를 마치고

꿈꾸는 합창단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 : 정가악회>

한 걸음 내딛기 – 첫 만남

“좀 당당해지자고 당당해지자고 누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으니 당당해지자고 좀 당당해지자고 좀 당당해지자고”

은평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 위, 작공 규찬이가 당당하게 변화된 자신의 이야기를 랩으로 쏟아낸다.  

“우리 같이 부르는 노래로 우리 같이 나누는 인사로 우리 같이 나눠봐 마음을 우리 같이 걸어봐 마을을”

공연의 피날레는 정가악회의 반주에 맞춰 꿈꾸는합창단(이하 꿈합)과 청소년도서관 작공(이하 작공) 청소년들이 주고받는 합창곡 ‘망설임 끝에 부르는 노래’ 후렴구가 울려 퍼지는 대목이다.

작공 아이들과는 은평마을예술창작소에서 ‘아리랑, 삶의 노래’ 최종 연습 때 처음 만났다. 작공 아이들인지 몰라봤고 짧은 머리와 외모에서 남녀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합창 연습을 하면서는 작공 아이들의 연습 부족과 노래실력이 드러났다.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어색함은 이어졌다.

한 100걸음쯤 – 리허설과 공연 

공연 전 리허설을 하며 전체 공연 내용을 보았다. 하나하나 전해지는 작공의 이야기를 들으며 먹먹함과 고마움,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엉켜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첫 무대. 

이미 앞에서 작공 아이들의 노래와 랩 인터뷰, 작공선생님들과 이웃 어른들의 인터뷰 장면들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아픔, 슬픔, 절망 그리고 공감, 사랑, 희망이 넘실대는 가운데 피날레 ‘망설임노래’를 합창했다. 

연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가사에 따라 마음이 흐르고 지휘자의 손끝과 표정이 꿈합의 감정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작공 아이들과 작공 지도교사 장보성 선생님의 진심담긴 인터뷰는 더 생생하고 먹먹했지만 ‘망설임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온 마음을 담아 밝은 노래로 터져 나왔다.

“우리 같이 나눠봐 마음을 우리 같이 걸어봐 마을을 우리 같이 걸어봐 마을을~”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가는 복도에는 먼저 나간 사람들이 늦게 나오는 사람들과 두 손을 마주치는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멋지게 해낸 공연의 뒷맛이다. 

한 500걸음쯤 – 뒤풀이와 남겨진 것들 

공연 후 뒤풀이를 했다. 처음 만난 작공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에서 암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느꼈다. 서로 친한 친구사이였던 작공 아이들 셋이 오토바이 사고로 차례로 생명이, 존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의 다양한 삶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와 학교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애들이 우리 곁을 떠났고 지금도 그런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공을 처음 만들었던 이미경 선생님의 이야기다. 하지만 작공 선생님들은 절망을 딛고 희망을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 작공이 사용하는 공간은 너무나 비좁아 공간 확장 지원금 1,500만원이 필요하고 아이들 생활지원금 500만원도 필요하다고 한다. 

큰 공연 후기를 짧은 글에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본질이면서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작공 아이들과의 만남과 관계에 대해 집중했다. 이젠 아이들과 적어도 ‘망설임노래’ 7분과 어느 정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같이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500걸음쯤은 될까?

몇 걸음으로 추상화된 표현으로 했지만 실제는 마음의 걸음이고 관계의 걸음 인지라 아마 만남의 시간과 공감하는 시간이 앞으로 남겨진 진짜 같이 걷는 시간일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 <사진제공 : 정가악회>

<청소년도서관 작공은 밥과 어른 친구가 있는 인생배움터 입니다. 학교밖청소년들의 징검다리 거점공간이기도 한 작공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날마다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며 함께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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