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진료실에서 "과일을 조금 줄이시고요"라고 말씀드리면, 당뇨 환자분들은 깜짝 놀라십니다. 

"과일은 몸에 좋지 않나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지 않나요?"


그러면 저는 설명드리죠. "과일에는 과당이 들어 있어서 혈당을 많이 올리게 됩니다. 과일에는 과당! 우유에는 유당! 모두 혈당을 올릴 수 있는 식품들입니다."

옛날에는 신선한 과일을 잘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일이 생산되는 계절에라도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는 과일을 많이 먹는 게 몸에 좋을 수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데다 과일이 개량되어 점점 더 당도가 높아져서, 과일 한 알만 먹어도 혈당이 치솟는 일이 나타나게 되지요. 그런데도 옛날 생각을 하며, '과일은 몸에 좋아'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거지요. 사실 과일보다는 채소가 비타민 함량이 더 높답니다. (달지도 않고요!)

과일만이 아닙니다. 옛날부터 '사람 몸에 좋다'고 하던 식품들이 요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옛날의 병은 많이 못 먹어서 생긴 병인 경우가 많아요. 칼로리가 부족해서, 비타민이 부족해서, 절대적으로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기에 생긴 병들이지요. 하지만 요즘의 병은 많이 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병들입니다. 칼로리를 많이 섭취해서 당뇨/지혈증이, 염분을 많이 섭취해서 고혈압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못 먹던 시절에 몸에 좋다고 했던 음식을, 잘 먹는 시절에도 몸에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당뇨에 OO음식이 좋다'고 하는 얘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진료실에서 "당뇨에 OO가 좋다는데, 많이 먹어도 될까요?", "당뇨에는 현미밥을 먹어야지요?"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밥 대신에 드실 거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밥도 먹고 OO도 먹는 거면 드시지 마세요!"
"현미를 드시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현미밥은 백미밥보다 칼로리가 높습니다. 밥을 지어도 쌀이 잘 불어나지 않잖아요. 그러니 현미밥을 드실 때는 백미밥보다 20~30% 정도 적게 푼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야 칼로리가 비슷해집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만성 질환, 앞으로 평생 관리하며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질환을 진단받으셨을 때는, 뭘 더 먹을까보다 뭘 더 줄일까를 먼저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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