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은평혁신교육축제

나의 마을활동 20년은 문화예술활동이었고 생활예술 그 자체였다

지역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들고 참여해왔다. 2003년부터 대조동에서 아이들이 갈고 닦은 예술 활동을 발표할 수 있는 「대추마을어린이문화제」를 10여 년간 진행했다. 2004년 주민이 참여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며 만든 「은평어린이잔치한마당」은 어린이날이면 동네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였다.

자원 활동을 했던 꿈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동극, 합창, 시인학교, 찾아가는 놀이터도서관 등 책 문화잔치를 수없이 진행했고 또 10년 된 마을엔카페에서 진행한 「밤마실」, 「아트마켓」, 「와글와글 갈현골목상상축제」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즘 가장 핫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이 지어지는 3년 내내 주차장에서, 골목길에서 「북콘서트」를 열어 주민참여도서관을 만들어냈고 마을작은도서관과는 작가와 출판사까지 모여 작지만 가을의 쌀쌀한 몸과 맘을 설레게 하는 「북페스티벌」을 혁신파크에서 진행했다. 나의 마을활동 20년은 문화예술활동이었고 생활예술 그 자체였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는 예술활동을 하지 않는다

2017 은평혁신교육축제

문화예술활동이 보다 일상이 된 것은 청소년을 만나고부터였다. 춥다고 도서관에 찾아온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아이들과는 영화를 만들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아이들과는 매주 모여 노래를 부르고 배우면서 떼창으로 지역축제 무대에 섰다.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들에게는 ‘1시간 학교’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했다. 일상적인 생활문화이다.

청소년도서관 작공에서 노래를 부르고 북을 치고 밴드공연을 하고 영상 제작을 함께 해내면서 청소년들의 생활자체가 예술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같이 노래를 부르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영화를 즐겨본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는데도 춤을 춘다. 오래 전 작공 청소년 10명이 지하철역에서 떼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춤꾼이었다. 팔 다리가 따로 놀며 이어지는 몸놀림에 감탄했었다.

청소년공간을 만든다고 설문 조사를 하면 공간 설치 1위는 노래방과 춤 연습실이다. 역촌동에 있는 신나는 애프터센터에서도 노래방과 춤 연습실이 최고 인기이며 내년에 개관할 갈현동 문화의집에도 예술 활동 공간의 비중이 크다.

정작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는 예술활동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대부분 예술가 지망생은 사교육에 의존하고 쇼미더머니의 래퍼지망생들은 학교마저 그만둔다.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수 있다. 예술이 학교와 만나면 경쟁이 되고 모든 아이들은 ‘난 못해’라는 늪에 빠진다. 화가가 꿈인 많은 유치원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난 그림 못 그려요’ 하고 가수가 꿈인 아이들도 음악시간을 싫어한다.

자기감정과 생각을 예술을 통해 표현할 권리가 청소년들에게는 없다

2017 은평혁신교육축제

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협력종합예술활동이 중학교 과정에 들어가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학교교육과정이 청소년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나마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자기감정과 생각을 예술을 통해 표현할 권리가 청소년들에게는 없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방과후 청소년들의 예술 활동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더 가슴 아프다. 아이들은 소비자에 불과하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린다. 노래, 춤, 영화 청소년들의 주체적 예술 활동을 허용하는 곳은 없다.

담배연기 가득하거나 아님 비싸거나, 다리 밑이나 아스팔트에서 춤을 추거나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간신히 팝콘 먹으면서 영화를 보거나 아님 대학을 간다해야만 배울 수 있는 노래와 미술. 특별한 아이돌에게 대리 만족하거나 먼 세상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이 문화예술 활동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청소년들이 함께 예술을 하고 일상적인 삶에서 예술의 주체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모든 청소년들이 삶속에서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청소년들에게 예술 활동을 허하라. 나아가 사회구성원이 생활예술 활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고 일상의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생활예술활동을 허하라.

“춤춰라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노래하라 누구도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살아라 이세상이 천국인 것처럼”

난 마을에서 발성을 연습해가면 노래하고 밴드하는 꿈꾸는 합창단들도 노래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자하는 청소년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물색그리다의 마을화가들도 화가와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청소년들에게 동료이자 이웃이며 선생이다. 이런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예술을 하고 마을문화의 생산자로 일상적인 삶에서 예술의 주체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난 일상이 작품이 되고 마을이 무대가 되고 관계가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을 활동가인 나는 오늘도 청소년들이 동아리에서 갈고 닦은 예술 활동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여전히 바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청소년예술인들, 우리의 이웃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2017 은평혁신교육축제

11월16일 금요일 불광동 혁신파크에서 혁신교육축제가 열린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혁신교육축제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발표의 장이다. 33개의 사업과 70여개의 동아리가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50여개의 동아리는 개성 있고 재미있는 동아리 프로젝트(개미프로젝트)로 모집되어 1년간 활동한 학부모, 청소년, 학교마을연계 동아리들이다. 그 중 청소년동아리는 24개이며 댄스, 미디어, 연극 다양한 예술 활동이 주가 된다. 하지만 혁신교육축제의 발표를 전제로 지원한 동아리이므로 과학영역도 많은 편이다.

11시30분부터 진행되는 무대 공연에는 댄스팀이 10개, 밴드팀이 3팀이나 출현한다.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역동적인 청소년들을 지지하는 지역주민들은 모두 와 보시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청소년예술인들, 우리의 이웃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칠 준비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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