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연식 대표 “일부 음료 판매 중단하기도, 소셜프랜차이징 시도할 계획”

적정기업 이피쿱은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커피 원두만이 아니라 먹거리 전반을 고민하는 기업이었다. 이피쿱은 현재 혁신파크 50플러스서부센터 1층 ‘모두의 카페’와 미래청 ‘협동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50플러스 서부센터 1층 ‘모두의 카페’에서 최연식 대표(이하 최 대표)와 만나 이피쿱에 대해 물었다.  

처음으로 물어본 공정무역 원두이야기가 자연스레 다른 재료들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재료에서 이피쿱이 들이고 있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차라떼에 녹차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공장제 가루녹차 대신 제주도에서 직접 재료를 공급받고, 생강청 진액을 공수해 와서 진저라떼 맛을 더하려 노력하는 게 대표적이다. 

먹거리를 대하는 이피쿱의 진정성 덕분일까, 메뉴로 내 놓은 유자차를 현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 유자청을 구해 제품을 만드는데 현지에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재료가 떨어지면, 다른 곳에서 재료를 구해 유자청을 판매할 수 있긴 해요. 하지만 이피쿱만의 재료와 레시피가 있기 때문에 원재료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유자청 구입이 가능한 11월 즈음까지 판매를 중단한 이유다.

가능한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최 대표는 손님이 특정 재료 구입을 원하면 해당 제품을 만드는 협동조합을 소개해 준다고 한다. 홍보대행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판매중단, 홍보대행은 이피쿱이 ‘식품정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누구나 좋은 재료, 좋은 식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을 알리고 소개하면서 음식 접근권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공정무역’은 ‘식품정의’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셈이다.

 신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카페에 비용을 지불하면 언제든지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재료를 구비하는 카페 입장도 ‘비용’ 문제까지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료가 오는 곳이 어딘지, 현지에서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만드는 환경은 어떤지 등’은 생각하지 못했다. 

 “일반 프랜차이즈에서 직원 교육을 하면 ‘시럽을 몇 번 펌핑해라, 휘핑을 어느 정도 사용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르쳐요. 공장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거 대신 저희가 직접 만들거나, 더 좋은 먹거리를 구해서 사용하려고 해요” 재료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는 최대표는 “카라멜 마키아또를 만들면 카라멜 시럽대신 카라멜을 직접 사용하면 어떨까? 핫초코를 만들 때 직접 초콜렛을 녹여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이리저리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 본다고 말했다. 손이 많이 가겠다는 되물음에 최 대표는 당연히 손이 더 간다면서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먹거리로 손님들께 음료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진정성과 관계를 중요시 하는 이피쿱은 은평 지역 활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피쿱은 관내 도시형 장터 ‘은평 꽃 피는 장날’에 처음부터 참여하고 있고, 매장에서 은평 공동체화폐 ‘평화’도 사용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은평 지역 사업에 꾸준히 참여한다는 질문에 “매번 참가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처음부터 참여해 왔고, 평소에는 혁신파크 안에 있는데 지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답했다. 

지역에 대한 생각이 깊어 ‘은평 지역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어보니 거주는 다른 곳에서 하고 있지만 협동조합 설립 초창기 케이터링 주문으로 은평에 여러번 왔었고, 현재 혁신파크 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친근한 곳이라는 답이 함께 돌아왔다. 최 대표는 이피쿱이 참여해서 ‘은평 꽃피는 장날’과 ‘평화’가 지역에 정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참여를 하던 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매장관리 외 사무, 대외업무 등은 최 대표가 혼자 담당하고 있다. 혼자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힘에 부치는 일들도 많다는 그는 올해를 내실을 다지는 기간으로 돌아봤다.‘소셜 프랜차이징’은 이피쿱이 다진 내실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주제다. 새로운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미 한차례 시도했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처음에 소셜프랜차이징을 시도했을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기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앞으로 소셜 프랜차이징을 시도한다면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곳과 먼저 의견을 모으고, 그 모임이 다시 다른 조직과 의견을 수렴해가는 방식으로 조금씩 크기를 키워 보려고 한다”는 최 대표는 아직까지 ‘소셜 프랜차이징’이 정확한 정의가 가능한 개념은 아니라고 말했다. 당장은 ‘그게 어떻게 프랜차이즈인가’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조금씩 시도하고 방법을 찾아가면 현재 프랜차이즈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함께 밝혔다.

서두에 언급한 기업모토 ‘적정기업’은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을 염두에 두고 ‘적정기술(문화·정치·환경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단어에서 차용해왔다. ‘적정한 노동, 적정한 이윤, 적정한 보수’를 지향한다. 지금은 사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라는 단어가 협동조합을 만들 당시에는 없었다고 한다. ‘식품정의’를 대하는 진정성으로 똘똘 뭉친 이피쿱이 몇 년 뒤에는 한국사회에 아직 생소한 ‘소셜 프랜차이징’을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로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