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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와 분권은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는 핵심과제”조재학 협치조정관을 만나다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8.10.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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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학 협치조정관 <사진 : 정민구 기자>

협치란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와 연대, 소통의 과정을 통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가는 대안적인 체제를 말한다. 은평구는 2010년 이후 민관협력의 성과로 구산동도서관마을, 은평누리축제, 신나는애프터센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치 성과를 축적해 왔다. 지난 3년 동안 민관협력의 대표격인 참여예산을 이끌었던 조재학 참여예산위원장이 활동 폭을 넓혀 이번엔 은평구청 협치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4일 은평구청 협치조정관실에서 신임 조재학 협치조정관을 만나 참여예산, 민관협치의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여예산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협치조정관이 되었다. 소감을 이야기 하자면? 

참여예산위원장으로 3년 2개월 동안 활동했다. 직접민주주의 확대, 자치분권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생각했고 은평구에서 주민참여와 관련된 좋은 사례를 만들어서 전파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무보수활동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밖에서 경험했던 행정과 안에서 경험하는 행정과의 차이도 있고 다양한 주민들을 조율하고 조금씩 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큰 방향에서 변화는 있었다. 과거 1,2기까지는 주민참여의 양적확대에 주목했다면 이후는 민주주의 제도로서의 성숙성이나 숙의성을 높이려 노력했고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주민참여로 진행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임기가 내년 연말까지인데 임기를 다 못 채우고 협치조정관으로 역할을 하는 게 굉장히 부담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점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근데 사실 참여예산과 협치는 다른 제도가 아니다. 협치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참여예산이고 은평구에서 협치가 한걸음 더 진전하기 위해서 민관 양쪽에 있어서 영역의 확장, 협치의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참여예산 위원장 활동에서 어려웠던 점은?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하며 일했다. 참여예산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주민의 대표이지만 재정을 운영할 수 있거나 사업할 수 있는 권한, 결재권이 있는 게 아니어서 역할이 모호하다. 권한이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주민참여 일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협치, 분권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주민참여가 권한 없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제한적이지만 주민들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고 그것이 자치역량 성장에 크게 기여할 거라고 봐서 참여예산제도에 관심 가지게 됐다. 그리고 원죄가 좀 있다(웃음). 은평구 주민이긴 하지만 은평구보다는 다른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 주민자치 강화를 교육하는 역할을 하다 2011년부터 은평구 참여예산 관련된 교육이나 토론 등을 전담해서 했다. 그러던 차에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전에서 같이 하자는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원래 열린사회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그만두게 됐고 주로 교육하면서 전국을 다녔고 그게 10년 정도 되니까 현장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 교육은 하고 가면 그만인데 그것이 현장의 변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구체적인 현장에 기반에서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참여예산 현장 <사진제공:은평구청>

그간 참여예산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개별적인 사례보다는 주민참여가 지역사회와 행정에서 중요한 운영원리로 변화된 과정, 그 자체가 가장 큰 의미다. 민선 5,6기 이전과 비교를 해본다면 행정도 많이 변했고 주민들도 참여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했다. 2011년도에 비해 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서로의 생각을 들으려고 하고 스스로의 생각이 변화되는 과정도 있는 걸 보면서 지역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구나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참여예산 제도는 거대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실천을 통해서 우리 사회 시민인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 변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많을 거 같다. 

세상이 한꺼번에 변하진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이기도 할 텐데 아직도 참여하는 주민들 위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비판,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야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한다. 그런 점에서 건강한 의식을 가진 새로운 주민들과 더 많이 만나야하고 함께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행정은 협치에 대해 더 깊은 공감대가 필요하다. 구청장의 지시니까 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공직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주민들과 관련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나간다는 차원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 없는지?

작년에 주민총회 600명 원탁토론회를 구성할 때 200명 정도를 ARS를 통해서 무작위로 참가인단을 모집했다. 지역과 성별로 안배해서 모집했는데 실제 현장에는 151명이 왔다. 그리고 그분들이 참여해서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었고 상당수가 참여예산 위원이 되었다.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갖고 그 분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게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주민참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흐름들이 만들어졌던 게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참여예산사업을 진행하는 예산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있다. 

은평구 6500억 예산 중에서 주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참여예산은 16억 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6484억에 대해선 주민들이 어떻게 참여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작년엔 전체 상정된 예산이 6700억 정도였는데 그중 4000억 정도에 해당하는 사업예산에 대해 참여예산위원회 10개 분과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의 상당부분이 행정에 수용이 됐다. 현재 우리 자치구의 재정여건을 볼 때 각종 국책사업이나 복지제도와 관련된 예산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구청장의 가용예산이 적으면 50억에서 많으면 150억 사이 정도로 볼 수 있다. 만약 150억이라고 한다면 참여예산 16억이 적은 비율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턱없이 부족하다. 김미경 구청장도 주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걸 늘려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봐야하고 같이 노력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선거를 하고 의회를 구성해 의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예산이 담당하는 역할과 의회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이 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울 땐 대의민주주의만 배웠다. 선거를 통해서 대표자를 뽑고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이런 대의민주주의가 한계가 있고 과거에 비해 지식과 정보가 개방된 사회여서 누가 전문가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어서 ‘우리의 대표자가 우리의 민의를 다 반영할 수 있는가’ 질문을 하게 된다.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해서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해서 민주주의 본령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많이 도입해서 상호보완적인 측면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싶다. 

참여예산 사업도 의미 있지만 우리 지역의 예산이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먼저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을까? 

 조재학 협치조정관 <사진제공 : 은평구청>

그런 비판에 대해선 공감한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과정에 있어서의 민주성을 높이는 측면인데 우리 살림살이에 대해서 주민들하고 보다 폭넓게 공유하고 문제는 문제대로, 좋은 게 있다면 좋은 대로 같이 공유해나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 현재는 참여예산위원들 중심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예산에 대한 나름대로의 실태파악, 분석들은 되고 있는데 참여예산위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 방법을 개발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말씀대로 참여예산이 곧 주민제안사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주민 제안 사업은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그 효능감 때문에 더 이상  진도를 많이 못나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자치구가 비용을 지불하는데 구 예산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가능할까? 행정에서는 별로 안 좋아할 거 같다.  

그 점에 대해 행정공무원들하고 논쟁을 많이 하는데 일단 원론적으로는 이렇다. 주민들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 생각 할 때 첫째는 주권자라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부여받은 권한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예산의 출처는 주민들이 낸 세금이다. 공무원들이 하는 정책의 수요자가 주민 아니냐, 수요자에게 물어보고 수요자가 결정할 수 있는 걸 높이는 게 기업에서도 트렌드다. 원론적인 얘기인데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경험인 거 같긴 하다. 행정은 무엇보다 책임소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행정에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도 가고 더군다나 지금 주민제안 사업은 상당부분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행정의 의지나 자기사업화 과정이 상당히 부족하다. 행정에 던져지는 형태. 나중에 결정 돼서 부가업무로 얹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피로를 얘기하는 것에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내년부터는 참여예산 체계, 주민제안사업을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개편할 예정인가?

지금은 주민들이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인데 주민입장에서는 문턱이 높다. 문서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인데 주민들은 뭐가 문제고 뭐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있다. 그걸로 부터 참여예산, 주민제안을 시작해야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주민제안도 접수되게 하고 다양한 공론장을 열어서 문제를 같이 얘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개 내외의 정책과제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다음에 그걸 가지고 주민투표를 하고 주민총회에 상정해서 우선순위 정책과제가 정하는 거다. 그러면 그 결과를 갖고 행정과 주민들, 전문가, 시민사회가 같이 TF를 구성해서 구체적으로 사업화하는 과정으로 만들어가는 갈 수 있다. 단편적인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폭넓게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행정과 1년 반 정도 논의했다. 이런 시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이다. 

협치조정관으로 새롭게 일하게 된 소감은?

참여예산위원장은 좀 더 주민입장에 대변하고 협의했다면 협치 조정관은 민·관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민·관 각각의 힘만이 아니고 함께 해결해나간다고 하는 공감대가 조금씩 넓어지는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협치조정관으로 와서 파악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조금 더 폭넓게 해나갈 수 있을 거 같다. 

협치, 과제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역사회혁신계획이라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과제를 수립하기 위해서 민관공동실행단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 실행단이 10여개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논의를 통해서 만들었던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그다음 최근에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동단위에서 협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주민참여구조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하는 과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과정을 돌아보고 평가하면서 내년 초에 백서를 발간하고 협치과정을 평가하고 좋은 사례를 같이 공유하는 사례 공유회 등도 준비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협치 과정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내용도 좀 부실한 거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다. 

협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서로간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어서 만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서로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만나는 측면이 본질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는 서로 필요한 존재고 고맙다는 마음보다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하기도 하는데 본질적으로는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민의 경우는 행정이 부족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고, 행정도 단선적인 자격, 조건중심의 접근에서 민의 필요가 뭔지, 어떤 점에서 행정이 보완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그동안의 협치 과정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왔던 얘긴데 협치의 영역을 확장하는 문제, 첫 번째 민간차원에서는 시민단체 중심의 참여구조를 보다 폭넓은 참여구조로 서서히 변화시켜 나가는 과제가 있다. 행정에서는 주로 협치 사업과 관련된 부서에서 협치가 되고 있는데 그것이 전 부서에서 협치의 일상화가 될 수 있도록,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서히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참여예산과 협치가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풀뿌리의 가장 기초단위의 마을, 동 이런 단위에서 새로운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일들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동단위 거버넌스, 서울형주민자치회를 잘 준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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