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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못 준다더니 감옥에 갇히니 마음이 달라진다
  • 최승현 / 노무법인 삶 대표
  • 승인 2018.10.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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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분한 마음으로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찾아왔다. 건설현장에서 마루 바닥 시공 일을 했는데, 임금을 주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가 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 1인당 150만원씩 급여를 깎았다는 것이다. 1년 이상 일을 한 몇 몇 사람들이 퇴직금을 못 받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어디에서 일했는지 물으니, 전주였다. ‘그래, 노동부 진정에 대한 출석 한 번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맘 편히 생각했다. 회사에 연락을 해보니, 사장은 노발대발 하며 성질을 낸다. 조금후에 사장의 형이라는 사람은 전화로 쌍욕을 해대고 있었다. 나도 참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영 찝찝했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20명에 1억에 가까운 체불임금이었다. 노동부에 사장이 출석했고, 대부분 일한 것에 대해서 인정을 했으나, '회사가 망했으니, 배째라' 식으로 나왔다. 너무 어이없지만 체불임금을 인정받은 다음에, 사실상도산인정 신청을 통해서 회사가 망했을 때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체당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상도산인정 신청은 회사의 재무자료 등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저런 회사의 태도로 만만하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고, 당연히 사장은 비협조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 회사 사장의 국선변호사라고 한다. 임금체불로 구속이 된 것이다. 사장이 많이 뉘우치고 있으니, 빨리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것이다. 도산등사실인정에 대해서 협조를 해주면 빨리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답을 했다. 변호사는 100% 협조하겠고,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사장의 부인도 완전 저자세로 바뀌었다. 참, 자신들이 당해봐야 남의 사정을 알게 되는지.

회사에 직접 가보니, 완전 폐허가 되어 있었다. 회계자료는 세무기장을 맡기지 않아서 공식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었다. 모든 회계자료를 받아서 세무사를 통해서 재무제표를 만들어 신고하고, 노동부에 제출을 하면서 사실상도산상태에 있다는 것을 주장했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체당금으로 3년치 퇴직금과 3개월치 임금을 받으려고 할 찰나에 노동부 근로감독관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노동자들 당사자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당금에서 워낙 부정수급 관련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다르지 않은가? 임금체불 확인 과정에서 출석을 한 번 하면 됐지 무슨 소리냐고 따졌으나 막무가내다. 20명 중에서 14명은 한국에 있어서 매우 번거롭지만 출석을 한 이후에 받았다. 하지만 6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법무부에 잡혀서 강제출국을 당했던 것이다. 법무부에 물어보니, 강제추방 된 사람들은 다시 입국을 할 수도 없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규정 등을 찾아봤다. '전부 또는 일부를 직접 조사'로 규정이 되어 있다는 것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펌뱅킹을 할 수 없다면 현금으로 체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질의회시를 찾아서 노동부에 질의를 했다. 노동부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없어 정확한 답변이 곤란하나 동료근로자 및 사업주 조사결과, 입증자료 등 객관적으로 체당금 지급대상임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출국한 외국인근로자를 대면조사하지 않아도 체당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답이 왔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나에게 "노동부 중앙에 질의를 해서 이렇게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했으나 나는 “그러게 그냥 지급해주지 그랬어요” 하고 넘어갔고, 그는 출국한 이주노동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해야했고, 감옥에 갇힌 사장은 보석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한 번 가면 되겠지 했던 전주를 열 번 가까이 가봤고, 2년 가까이의 시간이 흘렀다. 회사가 사실상 망하면 미지급 임금에 대해서 사업주를 대신해서 국가가 노동자에게 일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체당금 제도이다. 그런데 회사가 진짜 망했는지 여부를 노동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힘든 것이 현실이다. 회사의 사장이 이런 식으로 구속이 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얼마나 헤매면서 근로감독관에게 충분히 입증을 했다고 얘기를 했을까 막막하다. 

고생고생 해서 일한 돈을 그래도 대부분 받을 수 있게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은 지금 잘 지내실까? 수첩에 꼬깃꼬깃 하루하루 일 한 날짜를 적은 메모가 아직도 사무실에 남아 있다. 

 

최승현 / 노무법인 삶 대표  nanalg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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