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의회 국내시찰 4년간 15번…예산 7천7백여만원 사용
비교시찰 위해 제주도만 5번 방문
방문 목적과 지역 연계성 부족
해외시찰보다 제도 부족…결과보고서 공개 ‘0건’
은평구의회 해외 시찰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찰 또한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시민신문이 지난 7대 은평구의회의 국내 시찰을 분석해본 결과 제주도·속초 등 국내 관광지 중심의 시찰과 은평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지역을 시찰하는 등 해외시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국내 비교시찰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전국 시군구 기초의회의 4년 간 의정연수 내역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지난 7대 서울시 자치구의회가 국내시찰에 쓴 비용은 평균 1억 1874만원이다. 이 중 은평구의회는 국내시찰에 770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산업시찰·친선교류방문·세미나·워크숍 등을 포함한 국내 시찰을 총 15차례 실시한 반면 결과보고 등의 내용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4년간 국내시찰지로 제주도만 5차례
속초·경주·안동·통영·여수 등 국내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
지방의회 해외시찰을 두고 논란이 많은 이유는 시찰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대부분 유명 관광지를 다녀온 소감 정도의 결과보고에 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외시찰의 문제점이 국내시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평구의회는 2015년에 2회, 2016년에 1회, 2017년에 2회 등 국내시찰로 총 5차례 제주도를 방문했으며 속초는 2014년과 2015년에 2회, 그밖에 경주·안동·통영·여수 등을 1회씩 방문했다.
특히 제주도 시찰에는 빼놓지 않고 올레길과 오름, 재래시장 등 관광성 일정이 공식 일정에 포함되었는데 이는 5차례나 방문한 시찰에 중복됐다. 또한 선진의회 비교시찰, 은평구 사업 벤치마킹, 문화·교육·관광 등 국내 선진 비교시찰지 방문 등 유사한 목적으로 제주도를 5차례나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의정활동과 연계된 연수프로그램은 2017년 3월 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문화재단 출범과 관련해 제주문화예술재단·제주문화예술진흥원·제주도립미술관 등을 방문한 것이다.
“왜 방문했을까?”
방문 목적·사업 연계성 등 내용 부실
7대 은평구의회는 선진의회 비교시찰을 위해 경주시의회·화천군의회·서천군의회·통영시의회·제주특별자치도의회·청양군의회·논산시의회 등을 방문했다. 이곳 의회들을 방문한 명목상 이유는 대부분 “타 지역 지방의회를 방문해 운영·특수사업·우수사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검토해 의정활동 활성화 및 구정발전에 기여”다.
하지만 왜 이곳이 선진의회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의회 방문 이유 역시 특별히 드러나 있지 않았다. 게다가 국내시찰 뒤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집행부와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의회 본연의 자세를 항상 유지하면서,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못하는 것은 지적하며, 원만한 관계유지를 해 나가며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반복해서 담겨 있었다.
또한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항공우주박물관·첨단항공우주과학관 방문, 고흥군 나로 우주센터, 논산시 논산훈련소, 여수 엑스포 등 은평구와 연결점을 찾기 어려운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방문지역이 은평과 연계성이 부족하다 보니 보고서 내용도 방문지역 개요나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보고서로 대부분 작성됐다.
해외시찰 보다 제도 부실한 ‘국내시찰’
국내시찰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해외시찰보다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의회 해외시찰은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이 있어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와 심사기준이 마련돼 있고, 출국 30일 전까지 여행계획서 제출, 귀국 30일 이내 여행보고서 제출,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는 주민 열람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 게시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사위원회에 구의원 2명이 참여하고, 개인보고서 제출 등 미흡하나마 형식적인 제도는 갖춰져 있다.
이에 반해 국내시찰은 이런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국내시찰 계획서나 결과보고서 등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시찰 일정조차도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지 않고 있고 있다. 8대 은평구의회도 지난 임시회가 끝나고 첫 국내 연수를 위해 속초로 의원 의정연수를 다녀왔지만 이에 관한 계획과 결과보고 등의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은평구의회 이연옥 의장은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신뢰 받는 의회, 투명한 의회”를 강조했다. 국내 시찰에 관한 규칙이나 조례가 만들어진다면 신뢰 받는 의회, 투명한 의회가 될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