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온 나라 곳곳이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담긴 축제로 들썩거린다. 은평구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은평누리축제’와 19회째인 ‘파발제’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은평구 전역에서 펼쳐진다. 

은평누리축제와 파발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온 나라에서도 대표할만한 ‘주민참여형 축제’이고 ‘공동체축제’라는 점이다. 축제의 기획부터 계획수립, 실행, 평가까지 전 과정을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체계이다. 이런 모양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그리고 양보와 협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축제를 통한 지역공동체문화 활력 불어넣기’라는 꿈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없었다면 이루어내지 못했을 성과이다. 

은평누리축제 이전에는 ‘은평구민의 날’행사라는 형태로 구민축제가 있었다. 과거 관선시대, 민선시대 초기에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그러했듯이 주민은 단순한 동원과 수동적인 관람의 대상일 때가 많았다. 수 억에 달하는 예산을 기획사에 전달하면 기획사는 유명 연예인과 가수를 초빙하는 데 그 돈을 썼고, 그렇게 만들어진 행사장에서 주민은 단순히 보고 듣고 마시면 그만인 존재였다. 

이런 축제를 진정한 축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민의 시작이었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문제의식이었다. 은평구도 그러했다. 마침, 시민참여를 기치로 내건 민선 5기 은평구는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축제관련 많은 권한을 주민에게 위임하였다. 오랫동안 ‘문화로 행복한 은평 만들기’를 꿈꾸어 왔던 은평지역사회의 많은 시민과 문화활동가는 구의 요구에 반응한다. 이렇게 해서 민간이 주도하는 ‘축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축제의 이름도 주민공모와 투표로 선정하였고, 주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축제’를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축제가 ‘은평누리축제’다. 민관협력의 멋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된 축제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축제는 은평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이것만은 확실하다.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민간의 역량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축제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긴다. 수많은 프로그램에 지역주민이 때론 기획자로 때론 공연자로 때론 참가자로 재능과 끼를 나누면서 문화의 힘을 느낀다. 그런 과정에 사회적 신뢰와 시민참여, 협력의 효용성을 느낀다.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자본은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든든한 토대가 되어 줄 것이다. 이를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는 있을까?

하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10년에 대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참신성, 다양성, 혁신성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예산의 확보가 관건이다. 지금도 축제를 소모성 행사로 바라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지방 살림살이를 감시하고 의결하는 구의회에 이런 시각이 일부 존재한다.  

해마다 축제가 마무리되면 축제추진위원회와 행정은 다음 년도 축제 예산 확보 문제로 애를 태운다. 예산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든 예산 삭감을 막아보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은평누리축제’와 ‘파발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요즘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향유가 영화관람이다. 영화관람료를 평균 1만원이라 가정했을 때 5만 명의 사람이 단순히 영화관람 하는데 만도 5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축제는 단순 영화관람 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복합문화예술의 향연이다. 축제를 단순 소모성 행사로 규정하는 시각이 불편하다. 축제문화를 무가치한 것으로 바라보는 지적도 참으로 슬프다. 누구의 말처럼 사람의 행복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경제력도 아니요, 군사력도 아니요,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은 그런 까닭에 책을 사보고 영화와 연극을 관람하며 음원을 다운받는데 돈 쓰는 걸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그러기를 추구한다. 

일찍이 김구 선생님은 당신의 소원은 남북의 평화통일인데, 통일 후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스스로의 질문에 높은 문화의 힘을 언급하셨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다져나가고자 하는 현재의 우리가 곱씹어 볼 만한 내용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은평마을공동체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다가오는 은평누리축제와 파발제를 마음껏 즐기고 함께 모여 고민해보면 좋겠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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