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은평구 임시회에서 안건 표결이 이뤄진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토론하고 표결하는 의회 모습, 너무나 당연한 이 장면을 그동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본회의장에서 안건을 처리하는 장면은 안건을 상정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기계적으로 반복됐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는 이유였다.

갑론을박의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일단 토론하고 투표하는 의회가 반갑다. 의회란 시민들을 대표한 의원들이 여러 지역현안을 두고 토론하고 합의를 해나가는 장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의회는 토론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해외시찰을 둘러싼 논의가 의회내부에서 시작한 일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매년 의원들의 해외시찰, 국내시찰을 둘러싸고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시찰 심의위원회 구성은 형식적인 행위에 그쳤고 해외시찰의 목적은 불분명했고 그 효과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견문을 넓히고 선진의회를 배운다는 목적은 30년이 다 되도록 변하지 않았지만 해외시찰 결과가 선진의회를 앞당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진의회를 만들어가는 기본 책임은 의회에 있지만 그 의회가 제대로 민의를 대변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건 시민들의 몫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제대로 의회활동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건 의회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의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몇 분 전의 지구촌 뉴스도 손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 동네 의회에서 어떤 회의를 했는지 회의록 하나를 보려 해도 몇 달이 걸린다. 핸드폰 하나로도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맞는 시민과 어떻게 소통해 나갈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회 업무추진비도 투명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 업무추진비가 주로 식비로 사용되고 있지만 의원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다. 몇 명이 함께 식사를 하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도도 파악되지 않은 채 세금이 쓰이고 있는 건 의회 스스로 투명성을 저버리고 시민에게 신뢰받기를 포기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추진비를 임기막판에 몰아쓰기를 하는 일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 8대 은평구의회가 시민들에게 신뢰받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도되길 기대한다. 은평구의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설명하고 지역현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펼치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조례를 만들기 위한 시민공청회 자리를 만들기 바란다.

8대 의회는 지방분권시대를 준비해 지역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힘써야 할 책무도 주어졌다. 지방분권은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지역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역민이 결정권을 갖고 참여하여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 행정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을 대표하고 당을 대표해서 뽑힌 은평구의원들은 자신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인이니만큼 지방분권시대를 대비하는 지역정치인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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