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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은평’을 만들어 가는 길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8.09.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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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지역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사자리에서 한 남성이 “이번 여성의원들의 얼굴이 반반하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참석자들이 요즘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지만 그 남성은 뭐가 잘못된 말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몇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A센터 대표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엔 A센터 여직원들도 참석했다. 대표가 여직원들을 소개시키면서 B직원은 결혼을 했고, C직원은 결혼을 안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참석자 D는 C직원이 결혼했다니 아쉽다는 말을 농담이랍시고 건넸다.

이번 선거기간 중엔 E후보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본 사람만이 구청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구청장이 아버지고 구민들은 아이들이란 말인지 도무지 말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F단체에서는 여직원이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 여직원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 상사는 아무런 처벌도 받고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몇 해 전엔 은평구 수색동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으로 ‘친정엄마 도움사업’을 했고 작년엔 은평구청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결혼식 사업’을, 최근엔 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가 1인 가구 지원사업으로 ‘무료한 삶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준비했다. 

여성의원이 의정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외모로 평가받고, 여직원들은 업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결혼유무를 밝혀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잘 할 수 없고, 친정엄마는 너무도 당연히 시집간 딸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도와줘야 한다. 저출산 대책으로 결혼식을 장려하고 삶이 무료한 20,30대 1인가구는 새로운 짝을 만나 결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건들은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은평 곳곳의 모습이다. 

오랫동안 유지된 가부장제에서 발생하는 성별 불평등과 젠더 문제들을 감지하는 능력이 젠더감수성이다. 여자라서, 남자라서 어떠어떠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정체성을 찾고 독립된 주체로 살아가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모와 결혼, 출산유무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닌 ‘젠더감수성’이 충분히 녹아들 때 ‘아이를 낳을 때마다 2000만원씩 주자’거나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라며 만든 ‘대한민국 출산지도 사이트’처럼 저급한 인식에서 벗어나 ‘젠더은평’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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