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 국회 토론회에 다녀와서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이 눈에 밟혔지만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이라는 말만으로도 가뭄에 물 만난 사람처럼 기뻤다. 늘 지역신문의 방향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신문사 대표와 기자를 만나는 일은 설렜다.

이번 토론회는 6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유은혜 국회의원실과 (사)바른지역언론연대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 포문은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가 열었다. 오 대표는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지방정부를 감시할 시민단체가 없거나 역량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방자치, 주민자치는 구호에 불과하다, 사실상 지방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거버넌스라는 명목 하에 지방정부 업무를 위탁하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시민단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분권 시대가 열리면 지금보다 자치단체의 권한과 예산이 더 많아진다. 하지만 지역민주주의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위기상황인데 지방분권 시작 전에 지역민주주의, 주민자치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지역신문은 꼭 필요하다”는 게 오 대표의 말이 이어진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권한은 점점 커져가는 지방정부이지만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세력이 부족한 게 지금의 지역현실이다. 원주나 은평이나 별로 다를 게 없는 지역현실이다.

오원집 대표는 자치단체가 지역미디어 영역을 선점하면서 각종 소식지, 방송, SNS 등을 운영하는 일이 지역신문이 생존할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는 점도 짚었다. 

그럼 지역신문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지금은 전국단위 지역신문특별법이 있고 각 지자체에서 지역신문조례를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이 조례를 만든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아직 은평구도 지역신문조례가 제정되지 않았고 지역신문을 지원할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역신문 관련 예산이 따로 편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치 관습법처럼 구정홍보용 예산만이 집행되고 있다. 행정에 쓴소리 하지 않는 신문사들을 광고와 구독으로 적당히 달래고 지역신문은 이런 현실을 적당히 이용하며 생존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이나 시민의 알권리 따위는 내팽겨지고 있다. 

오 대표는 “지역신문 지원을 제도화하고 (가)한국 풀뿌리 지역신문 재단을 만들고 지방정부 광고 게재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고 지방선거 시 후보자, 정당광고를 지역신문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영욱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14년 전에 시작된 지역신문지원제도가 실패한 건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동하는 지역 언론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도화하고 안착시키는 일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얼마의 돈으로 지역신문에 인공호흡을 할 수 있지만 지역신문이 제 역할을 하고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마련이 필수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아침신문을 읽고 9시뉴스를 챙겨보는 시대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언제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고 뉴스의 양도 늘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역신문이 시대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역신문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바라보면 지역민주주의를 키우고 지켜나가는 데 꼭 필요한 매체가 지역신문이라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회에서 은평으로 돌아오는 길, 은평시민신문이 은평에서 지역신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지역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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