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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균형을 못 잡은 이들의 이야기김진명의 카지노를 읽고
  • 김주영
  • 승인 2018.08.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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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마약 이상의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강원랜드나 제주도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도박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진명의 <카지노>는 카지노 세계에서 도박과 인생의 균형을 잡지 못한 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박으로 연을 맺은 스승과 제자가 혜성같이 카지노 세계에 등장해 기존 판을 뒤흔든다. 연인을 놓고 혈투를 벌이기도 하고 최정상급의 실력자가 도박으로 건곤일척 승부를 겨룬다.

뻔한 소설적 구성임에도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요소가 가득하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 “맨션 식당은 물론 세계 최고의 술과 음식이 갖추어져 있지만 하루에 식사는 한 사람, 혹은 한 팀이 하거나 말거나 할 정도다.” “최고의 신선한 재료들이 주인을 기다리다가 버려지는 것이다.” “맨션은 다중이 아니라 단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돈을 손쉽게 주무르는 전문 도박인의 호화로운 삶에 나도 모르게 매료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높게 평가하는 점은 돈 놀음을 미화시키지 않는데 있다. 주인공들, 심지어 한 때 전설로 불린 자들조차 한번 씩 크게 망한다. 작가는 가족, 연인. 주변인들이 도박에 빠진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도박꾼 스스로는 시신조차 수습하기 힘든 네팔 히말라야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이 세상을 하직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을 할까. “카지노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는 숱한 여자들을 봤어요. 그들은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남자가 돈을 잃으면 바로 떠나지요.” 그렇다. 돈에 올-인한 자의 삶은 참으로 공허하다. 작가가 경고한다. 극심한 외로움에 잡아먹힌 이들의 비참한 최후가 이렇다고. 그러니 도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작가가 덧붙여 독자에게 더 강조하는 얘기가 있다. “번듯한 기업을 앞세운 병준은 온몸을 돈으로 치장하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도박을 업으로 하는 서후에게서는 오히려 돈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 역설적인 대목에서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메시지가 읽힌다.

실제 도박꾼 못지않게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신문,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횡령, 사기 사건들을 떠올려본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돈의 유혹이란, 자고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찾아온 다는 것을. 자칫 긴장을 풀면 나조차도 그 덫에 걸릴 수 있음을. 마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 같은 <카지노> 속 인물들의 삶을 반추한다. 간접경험을 통해 욕망의 노예근성을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순기능이다. 

도박은 불법이며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허나 명절이나 연휴 때 가족끼리 지인끼리 친목도모 내지 단순 오락 차원에서 꽃놀이패를 흔드는 것까지 나무라는 자는 없다. 합법적인 선 안에서 지나치지만 않으면 치매 예방에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단다. <카지노>는 인생에서 균형을 못 잡은 이들의 얘기다. 삶의 균형을 잡는 노력을 일깨워주는 꽤나 괜찮은 책이다.

김주영  jooti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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