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 최근 3개월동안 생산된 문서는 8만 9천건, 이걸 엑셀로 볼 수 있다면

한 번의 검색으로 궁금증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비빔국수를 해 먹었습니다. 물론 혼자 힘으로 한 건 아닙니다. 000 황금비법과, 백00의 레시피 같은 ‘비빔국수 만들기’로 검색해 나온 여러 인터넷 도움들 덕분에 무사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디 비빔국수를 만들 때 뿐 이겠습니까. 여행을 갈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사회 이슈를 찾아볼 때도, 전문적 정보가 필요할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하는 것부터 합니다.

하지만 궁금해 하던 것을 검색해 어떤 정보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검색 목적을 단번에 이뤄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검색을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구체적인 특정 내용에 대해 찾으려는 경우(예를 들면 ‘은평구청 민원여권과에서 주최한 2018년 7월에 개최된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면 포털사이트 검색에 단련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회의’ ‘예산’ ‘지출’과 같은 그저 몇 개의 키워드로만 정보를 찾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의 내용은 복합적이거나 추상적인 반면,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정보들은 단편적이고 분절적이며 구체적인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은평구청 최근 3개월동안 생산된 문서는 8만 9천건, 이걸 엑셀로 볼 수 있다면?

우리동네 은평구는 정보공개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해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공개’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구청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보니 총 84건이 검색 됩니다. 이 중 홈페이지 메뉴를 안내하고 설명한 것이 절반 이상이네요. 나머지는 ‘주민 정보화 교실’ 안내 공문이 전부입니다. 이 마저도 2016년 것이 검색결과의 가장 최근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은평구청 정보목록(open.go.kr에서 확인 가능)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은평구청의 최근 3개월 동안 생산된 문서는 8만9천여 건으로 나옵니다. 이 중 ‘정보공개’로 검색한 결과는 무려 1,014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구청에 들어온 정보공개청구 처리에 대한 문서입니다. 이 목록 안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은데, 검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이 검색결과를 엑셀파일 형태로 볼 수 있다면 이리저리 정보탐색을 해 볼 텐데 게시판형태로 결과가 나오다보니 아쉽기만 합니다. 

서울시는 정보목록을 엑셀파일로도 공개하고 있어

정보공개 잘 한다는 서울시는 어떻게 하는지 볼까요? 서울시는 정보목록을 정보공개포털이나 정보소통광장에서 검색결과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별도의 엑셀파일로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가 시행하는 정보공개정책 중에서 손에 꼽히게 잘하는 것이 정보목록의 엑셀방식 공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게시판 방식의 정보목록에서는 부서별, 검색어별 등 많아야 두 가지의 검색설정만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엑셀 형태의 정보목록에서는 게시판 방식 외에 담당자별, 보존기한별 등 더 다양한 설정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엑셀 방식으로 목록을 제공하면 정보를 확인할 때 원하는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를 현저히 낮출 수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은 정보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 ‘세월호’라는 단어로 정보를 검색하지 못하게 문서제목의 단어를 ‘세원호’, ‘SEWOLHO’ 따위로 임의로 바꾼 적이 있는데  이처럼 검색어를 기준으로 한 정보 활용은 생산기관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은폐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엑셀 형태로의 정보목록 제공은 투명성과 활용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공개방식입니다.

은평구도 이제 정보목록 제공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정보목록의 엑셀 제공은 절차가 어렵지도 않습니다. 물론 행정비용이 들어가지도 않지요.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이 더 많은 기존 제공 방식을 굳이 관행이라고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정보목록을 엑셀로 제공하지는 않겠죠. 그럼 우리 정보목록을 정보공개청구로 해 볼까요? 정보목록이라고 하면 기관에서 헷갈려하거나 기존 제공 방식으로만 공개를 하니 기록물등록대장이라고 이름을 바꿔 정보공개청구 하셔도 됩니다. 

20XX년 X월 X일 ~ 20XX년 XX월 XX일 동안의 정보목록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합니다.

-부서명, 문서 생산일자, 문서번호, 단위업무, 문서제목, 담당자, 보존기간, 공개여부, 문서유형(전자/비전자), 수신자 등 포함 바람

*홈페이지 및 정보공개포털에 올라와 있는 정보목록으로는 검색이 원활하지 않아 전체 목록을 청구하니 엑셀 형태로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이렇게 정보목록을 받은 뒤에는 각 부서별 문서번호 순으로 정렬 해 보기를 권합니다. 문서번호들 중에 사이사이 번호가 빠져있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이 정보들은 제목에 비공개 내용이 들어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공개에서 제외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빠져있는 문서번호들만 따로 추려서 정보공개청구해 볼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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