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소통 외치지 말고 언론사 인터뷰도 응해야

아침, 오전 7시. 더위에 밤새 잠을 뒤척이다 겨우 눈을 떴다.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한 A의원을 떠올리며 지난밤 잠들기 전까지 살펴보던 자료를 다시 뒤적였다. 무슨 질문을 할까? 어떤 이야기들을 시민들에게 전해줘야 할까? 잠은 다 깨지도 않았는데 머릿속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A의원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고 만나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바쁜 의원님 일정이니 기자가 최대한 시간을 맞춘다고 얘기하고 다짐하고 기다린 시간이 꽤 길었다. 어렵게 성사되는 인터뷰이니만큼 꼼꼼하게 준비할 게 많다. 

인터뷰 시간만 사전에 정했고 장소는 다시 의논하기로 했으니 오전에 다시 연락을 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간에 연락을 하면 실례일거 같아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아이가 먹을 밥을 하고 밤새 돌린 빨래를 널면서도 머릿속은 인터뷰에서 물어 볼 질문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아직 시작된 안 된 인터뷰 기사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다보면 어떤 이야기를 기사에 담을지 정리가 될 거라 생각하며 멀리까지 도망간 생각을 다시 붙잡는다. 

오전 9시. 전화가 온다. A의원님과 연락을 주고받은 기자의 전화다. “의원님께 지금 전화를 드렸는데요, 인터뷰가 어렵다고 하시는데요.” 

불안, 기대, 설렘의 감정들이 일시에 내려앉는 게 느껴진다. 

지난 5월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B의원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해 나갔다.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고 자료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어떻게 찍을 건지, 영상은 어떻게 담을 건지 역할도 나누었다. 이제 남은 건 최종 질문지를 점검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B의원 측에서 바빠서 인터뷰가 어렵다는 연락이 갑자기 왔다. 그동안 일정을 조율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인터뷰가 취소된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남겼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성사되지 못한 인터뷰를 기억하다 보니 지난 6·13 지방선거 때가 떠오른다. 모든 후보들을 인터뷰할 수 없어 구의원 후보들에게 <서면 질문지>를 보냈고 눈에 띄는 몇 몇 후보들과는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다. 당시 인터뷰에 성실히 임해 준 후보들도 있었지만 ‘당선이후에 인터뷰를 하겠다, 아직 준비가 안 돼 인터뷰를 못하겠다’ 등의 이해되지 않는 반응들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은 ‘인터뷰 해봐야 별로 도움 될 게 없겠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말 한마디 잘못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에 읽은 신문기사 하나가 떠오른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이름도 모르는 말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지만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기자의 전화를 꼬박꼬박 받아주고 콜백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거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그’는 달랐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는 노회찬 의원이다. 

다시 의원 인터뷰를 준비한다. 언제쯤 인터뷰가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면 말로만 소통, 소통을 이야기하지 말고 언론사 인터뷰에도 꼭 응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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