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에는 구민이 산다. 시민이 산다. 민중이 산다. 예술가가 산다. 

서울의 서북쪽 끝 자치구 은평구는 법정동 11개동, 행정동 16개동으로 구성된 자치구이다. 면적은 29.70㎢로 서울시의 4.9%. 인구는 2017년 12월 31일 기준, 202,839세대 486,794명이다. 면적도 작고, 인구 역시 작다. 북한산이 있고, 서오릉이 있는 은평구는 딱히 유명한 공간이 없었다. 은평뉴타운이 들어오고 불광천을 정비하기 전까지 은평구는 저소득층의 오래된 주거지역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명박-오세훈 등의 전임 서울 시장들이 벌인 재개발 등과 맞물려 은평구에는 새로운 아파트와 빌라들이 대거 지어졌고, 지금도 지어지고 있다. 

이제 은평구에는 살던 사람들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이든 나간 사람이든 사람들은 누구나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더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문화다. 문화는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이자, 살아가는 모습을 더 즐겁고 의미있게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은평구에는 터울림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존재했지만, 변변한 예술향유공간이 없었다. 은평문화예술회관은 낡고, 새로운 공연/전시 공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틈을 메꾼 이들은 은평구의 시민들이다. 지역의 시민들은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고 판을 벌였다. 때마침 시민들의 자발적 역량과 협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한 구청장이 등장한 덕분에 구청이 열리고 길이 열렸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은평누리축제는 일방적인 관 주도 축제에서 벗어나 시민이 참여하고, 관이 함께 고민하는 축제의 정형을 만들었다. 파발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비롯 은평구민들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도 늘어나고 확장했다. 물론 이 과정이 온전히 순조롭지 않았고, 그 결과물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은평구는 2017년 은평문화재단을 출범하며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예술행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7월로 은평문화재단이 출범한지 1년이다. 은평문화재단은 재단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시마을합창제, 김태훈의 문화공감 청감산책, 서울시립교향악단 우리동네음악회, 3D 가족뮤지컬 더 오즈, 체험형 전시 재미난-展을 비롯한 행사들로 <꿈-은평문화재단 문화예술주간>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일환으로 두 번의 <은평, 지역문화발전포럼>도 열렸다. 포럼은 ‘자치구 문화정책을 그린다’라는 주제와 ‘향유와 보급을 넘어선 지역의 공연예술’이라는 주제로 7월 5일과 12일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 열렸다. 중앙정부의 문화정책과 지역자치구의 문화정책을 묻고, 지역공연예술생태계의 가능성과 문화재단의 역할을 되짚은 포럼은 의미있는 주제를 전문가와 지역민이 함께 토론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였다. 

사실 각각의 포럼에서 주목한 내용이 폭넓은 편이라 하나하나의 주제들만으로도 별도의 포럼을 열어야 할 정도였다. 아쉽게도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이야기 해야 했기 때문에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발제자와 패널, 참석자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문화예술정책과 은평구의 노력, 그리고 여러 자치구와 문화재단, 문화예술시장에서 진행되는 노력들을 되짚으면서 은평구가 반면교사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차근차근 확인했다.

그리고 은평문화재단은 최근 지역문화발전5개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 내외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사업을 진행중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영향평가 실용화 방안 연구에 이은 연구사업이다. 외부 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겨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은평구에 거주하고 은평구를 잘 아는 지역의 인력이 참여한다는 사실은 특기할만하다. 

건물을 만들고, 시설을 짓는 방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수익을 발생시켜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을 기반으로 그들의 삶을 이어 꽃피우는 방식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눈여겨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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