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원 시집 『바람 불다 지친 봄날』 (2018.6) 시와문화

시인 장우원의 두 번째 시집 『바람 불다 지친 봄날』에는 전체 4부 66편의 시가 있다. 첫 시집 『나는 왜 천연기념물이 아닌가』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에서도 영혼이 맑아지는 마음 따뜻한 시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인간성 부재와 사회 부조리, 물질만능주의에 소외되어가는 현재의 사회에서 이러한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이자 행복이 아닐까.

햇볕 드는 교실 / 봄볕 드는 교실 / 너희들이 봄볕이다 - 「봄」부분

느그 성은 못 오는갑다 / 엄마는 온밤을 부산거렸다

아적까지는 기달려 봐야 쓴께 / 아버지는 흰 밤살을 무심히 도려냈다

추석날 아침까지 우리 집 백열등은 꺼지지 않았다 「오래된 추석」부분

물이 무섭다 너는 / 물고기가 아니다   (중략) 

너는 여전히 / 물 속 갇힌 봄  - 「다시 4월」 부분

위의 시에서 느껴지듯이 그는 현직교사이자 가정과 사회 속에서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마음 따뜻한 시인이다. 「오래된 추석」은 백열등을 켜놓고 밤새도록 형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간절함이 묻어있는 시다. 가족들 간의 끈끈한 그 무엇이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시대에서 느낄 수 있는 슬픈 따뜻함에 가슴이 저려온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고 잊지 말아야할 세월호 비극에 대한 시 「다시 4월」이 마음 한편에 들어와 있다. 이 시는 사회 증언자로서의 그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의 시에는 혼돈의 시대에서 안일함과 나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죽비 같은 큰 울림이 분명히 있다. 안주함 속에서도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시,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일깨워 주는 시다.

막사모는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 막사모는 얼마나 절망하고 있을까   - 「반송메일」 부분

그는 세계오지 여행을 하면서 지구촌 가족들과도 서로 인정을 나누며 타인의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하는 시를 몇 편 썼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페루 청년에게 교재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서사를 노래한 시다. 가난한 청년의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아파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인정이 느껴진다. 청년은 독자의 가슴 속에도 이미 들어와 기도 받는 친구가 되었으니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마음이 조금은 다독여지고 무뎌지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시인은 괴롭고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얼마나 순수하고 가슴 따뜻한 분인가? 배우고 실천해야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다.

상처는 보이지 않아도 / 아픔은 매달려 생생하다 / 감꽃 떨어져 / 맺지 못한 애기감들

낙과(落果)과 있어야 / 실과(實果)도 있으련만   -「감꽃 떨어진 뒤」 부분

서정 시인으로서의 품격이 느껴지는 시다. 자신이 떨어져야 튼실한 감이 많이 열리게 된다는 애기 감의 먹먹한 자연의 순리를 덤덤하게 표현한 감동의 시다. ‘낙과가 있어야 실과가 있다’라는 시행은 더 여운이 느껴져 한참을 머물다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항상 문학 작품을 읽고 나면 가슴 속에 예쁜 꽃 한 송이 피어나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내 행복은 늘 ‘책 읽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가끔 주위 분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쑥스럽기도 하다. 장우원 시인의 시집 『바람 불다 지친 봄날』 감상 역시 또 하나의 ‘행복한 시 읽기’였다고 고백해야할 텐데 걱정이다. 그렇지만 독자로서 말하고 싶다. 그것은 정말 따뜻한 시 읽기였고 더불어 여럿이 함께 아프지만 봄볕 같은, 햇볕 같은 당신과 내가 있는 시간이어 참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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