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에서 피어나는 장애이야기

 

여름철이면 찬 음식을 조심해서 먹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상한 음식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 설사를 초래할 수도 있고 이 현상이 계속되면 체력이 떨어져 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심리적으로 불안하여, 이를 빨리 배출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안정을 찾으라는 신호도 보냅니다.

사람들은 이 현상<설사>이 나타나면 주변 화장실을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정말 급하여, 실수할 때면 남 보기 부끄러워 한 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제 고민거리는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뒤, 홀로 있는 시간에 급히 그런 증상이 생겼을 때입니다. 바로 문만 열면 화장실이 있지만 누구에게 보조를 못 받으면 신속한 대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칼퇴를 지지하는 지금의 사회 속에 새벽시간에도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활동지원사에게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도, 긴급 급여조차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활동지원사에게 긴급지원을 말해야 하는 상황도 너무 힘듭니다.

그렇다고 이 역겨운 냄새를 참고 잠이 오지 않는 아침까지 활동지원사의 출근을 기다리는 건 제 자신에게 가혹한 일입니다. 저도 남 보기 부끄러워 한 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드는 때도 있지만 실수라는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저에게 '계속 이렇게 살면 되는가?'묻습니다.

이 문제는 저에게만 적용이 되는 게 아닙니다.

중증 뇌병변장애인, 지체 장애인에게는 적어도 일 년에 서너 번은 기본적으로 일어납니다. 때로 아플 때는 활동지원사와 상의를 통해 야간근무도 합니다. 물론 가족들이 있는 중증 뇌병변·지체장애인은 대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외부 일정이 있는 날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면 엉덩이에 나는 발진은 중증장애인 그의 몫입니다. 외부활동을 하는 성인 뇌병변장애인이 소·대변 기저귀를 빨리 교체하지 않아 감염으로 발진이 발생한다면 평생도록 발진이 지속됩니다. 장애인 화장실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나, 가족 화장실도 있는 게 그 사람의 인권과 비밀보장을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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