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나쁜 일이 다양하게 변주하는 일상

출처 픽사베이

중학생이었을 때, 자전거를 처음 탄 기억이 난다. 형제들이랑 넓은 여의도공원으로 가서 하루 종일 자전거를 빌려서 탔다. 

집에 돌아 갈 때쯤에는 불안하지만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 후 몇 차례 탈 기회가 있었다.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 타다가 그만 두고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게 된 것은 40대 중반이 넘어서였다. 10년 전 즈음 성산동에서 살 때였다. 

여의도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미리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직장까지 가는 길을 알아보았다. 그 당시 매일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점심시간에도 밥 먹는 시간을 아껴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나만 자전거를 잘 못타는 것처럼 느꼈다. 잘 타게 되니 예상외로 주변에 못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자전거 안장에 오를 때, 내가 우뚝 서는 느낌도 좋았다. 재미있게 몸을 단련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탔다. 몸매도 좋아졌다.

그 때 이후로 가능하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지금은 은평뉴타운에서 남가좌동으로 자전거로 이동하는데 약 5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버스를 타면 두 번을 갈아타야한다. 자전거로 가나 버스를 타나 시간은 비슷하다. 

작년에 어깨가 아프게 되면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어깨통증이 사라졌지만 다시 아플까봐 몸을 사리고 있다. 
올봄에 새 마음으로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해 보았다. 

먼저 워밍업을 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많이 힘들었다. 

오르면 내리막길이 있었다. 신났다. 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내려갔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시원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인생도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 아닐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그냥 위로하는 말이 아니다. 고난을 겪고 나면 다른 일들이 쉽게 느껴진다. 올라갈 때 힘들지만 내려가는 길은 아주 쉽듯이. 

세상일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좋은 일, 나쁜 일이 다양하게 변주를 하며 일어난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리듯 힘든 일이 생기면 열심히 페달을 밟고, 바람이 뒤에서 불어주면 조금 편안하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보다 속도감은 있지만 서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 

이 순간, 이 공간 속에서 나와 관계 맺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지나가다 예쁜 꽃을 발견하면 멈춰서 바라보듯이. 젊을 때는 가야하는 목표에 집중해서 달렸다면 이제는 길가에 있는 꽃과 나무에도 관심을 가지며 자전거를 타고 싶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는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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