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의회 의장단 선출, 관행보단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갑 대 을’이 아니다. 시민을 대신해 의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제8대 은평구의회가 출범했다.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의견 조율이 안 돼 회기를 연장했다. 여기서 문제는 의견조율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회기를 연장한 것도 아니다. 왜 ‘갑 대 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갑 대 을’의 신경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의회를 돌아봐야 한다. 지난 의회에서 민주당은 은평구의회 총 19석 중 10석을 차지하면서 다수당이 됐다. 의장 자리는 당연히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7대 의회에서 민주당은 전반기 의장은 민주당 은평갑위원회가 맡고 후반기 의장은 민주당 은평을위원회가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 자리는 다시 민주당 은평갑위원회 몫이 됐다. 

이번 8대 은평구의회는 민주당이 15석을 차지하면서 구의장은 다시 민주당 몫이 됐다. 지난 7대 의장을 민주당 은평갑위원회가 맡았기에 이번 은평구의회 의장은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의장, 부의장 모두 민주당 은평을위원회가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남은 건 상임위원회와 예결산위원장 3석이다. 민주당 은평갑위원회는 민주당 은평을위원회가 의장, 부의장 자리를 맡았으니 남은 상임위원장 3석은 은평갑위원회에 양보하라는 주장이고 은평을위원회는 1석은 은평을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쪽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회기가 연장됐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 의장단 선출과정은 알맹이가 빠진 모습이다. 물론 이번 의회만 특이한 의장단 선거를 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의장단 선출은 늘 이런 모습이었다. 의회의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은평구의원 19명은 은평의 각 지역구를 대표해 선출된 이들이다. 19명이 모여 앞으로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사람을 뽑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의장, 부의장으로서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 상임위원장으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게 먼저지 ‘갑 대 을’ 자리싸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재선 의원이라고 무조건 중요 직책을 맡아야 하고 초선의원이라고 양보하는 게 미덕이 아니다. 의원으로서 초선이냐 재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정활동을 수행해 나갈 능력을 누가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선거기간에 민주당 후보들은 ‘원 팀’임을 강조하며 은평에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집안 내 자리싸움이 아니라 누가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쳐나갈지, 누가 은평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나갈지 논의하는 일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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