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첫날부터 지각…사과 없이 선거만 진행
-돌아가며 의장 맡는 관행 사라져야
-시민들이 의정 지켜볼 수 있도록 ‘회의 생중계’ 만들어져야

은평구의회 개원식에서 구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 = 은평구의회)

제8대 은평구의회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인 제257회 임시회가 지난 7월 9일 열렸다. 첫 일정은 의회 개원을 앞두고 의회의 수장격인 의장과 의장의 보조 역할을 맡는 부의장 선출의 건이었다.

임시회가 오전 11시에 본회의장에서 개회될 예정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 의원 4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구의원 15명은 한 명도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록 은평구의회는 본회의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방송이나 안내는 없었다. 의회의 첫 단추를 끼우는 공식 행사부터 의원들은 시민들과의 약속은 안중에 없었다. 그저 민주당 의원 내부회의에서 의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만 중요했을 뿐이었다.

10분이 지날 때 쯤 자한당 황재원 구의원은 다른 3명의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서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황재원 구의원은 결국 홀로 본회의장에서 나가기에 이르렀지만, 때마침 민주당 구의원들은 하나 둘 모습을 보이며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모두가 회의장에 착석한 시간은 11시 16분쯤이었다. 

4선 의원인 조정환 구의원이 임시의장을 맡으면서 의장 선거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의장 선거 이전에 ‘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늦게 입장했는지?’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직접 의회에 찾아와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구의회 첫 일정부터 시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의장 선거는 그렇게 별다른 사과 없이 신속히 진행됐다. 임시의장은 선거 감표위원으로 비례대표로 선출된 신윤경·박세은 구의원을 지목했고, 선거 방법을 의원들에게 숙지시키고자 안내문을 낭독했다. 임시의장은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 투표 차례를 언급해가며 선거를 진행했고, 10분도 지나지 않은 채 선출자 발표까지 이어진 뒤 선거는 종료됐다.

초등학생 때 반장선거를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은평구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거라면 출마한 후보자가 있어야하고, 후보자가 있다면 선거를 앞두고 지지를 얻기 위한 정견발표가 있어야만 한다.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한 첫 학습터인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습해온 이 절차는 모두 생략된 채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라 불리는 은평구의회 의장 선거는 진행됐다.

후보자와 정견발표가 없는 은평구의회의 의장선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은평구의회는 관행적으로 다수당의 갑·을 지역구 다선의원이 돌아가며 의장을 맡는다던가, 여당과 야당이 미리 협의한 뒤 의장을 선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왔다. 7대 은평구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은 민주당 갑 지역구가, 후반기 의장은 민주당 을 지역구가 맡기로 했다가 후반기 의장을 민주당 갑 지역구가 다시 가져가면서 의원들 간에 갈등이 생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구의회의 깜깜이 선거 관행은 이제는 점차 사라질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긴장하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인  회의 생중계 등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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