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

지난해 10월 신길역에서 장애인 리프트를 타려다 추락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장애인 한모씨가 올해 1월 25일 사망하자 장애인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이미 2001년 오이도, 2002년 발산역, 2008년 수원 화서역 등에서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망한 사고가 있었지만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가 계속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277개의 역이 있고 이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27개 역이다. 현재 11개 역에서 엘리베이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16개 역은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이다. 

은평구 내 지하철 역 중에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를 타야하는 곳은 구산역과 새절역 두 곳이다. 구산역은 환기설비 저촉 이유로, 새절역은 승강장 하부거더 저촉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즉 구산역은 환기설비의 이전 가능여부를 재검토해야 하고 새절역은 수직형 엘리베이터 신기술이 개발되어야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평시민신문에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 다섯 분과 함께 구산역의 휠체어 리프트 사용실태를 동행 취재해 보았다. 

구산역 4번 출입구 앞. 이곳은 지상에서 개찰구까지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 돼 있다. 출입구 바로 앞 건물 공사로 공사차량이 인도에 정차돼 있고 수시로 이동을 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은 혼잡 그 자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휠체어 2대가 동시에 들어가기에는 비좁았다. 결국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휠체어 한 대가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때까지 꼬박 4분씩을 기다려야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몇 명이 한 번에 이동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해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개찰구를 향했다. 이제 지하철 승차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 리프트를 타야 한다. 

장애인 최윤선 씨가 리프트를 타기위해 휠체어를 멈춘다. 아래는 90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아찔한 높이다. 최 씨는 숨을 가다듬고 왼편에 있는 호출버튼을 누른다. 왼 손이 불편한 최 씨는 오른손을 이용해 힘겹게 호출버튼을 눌렀다. 

신길역 사고도 왼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오른손을 뻗어 호출버튼을 누르려고 휠체어를 앞뒤로 움직이다 추락한 사고였다. ‘즐거운 나의 집’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음악소리에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승차장으로 향하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최 씨에게 멈춘다. 

역무원이 나와 리프트를 탈 수 있도록 돕고 최 씨는 겨우 리프트에 올랐다. 역무원이 전동휠체어의 전원을 끄라고 이야기하자 최 씨는 다시 힘겹게 오른손을 뻗어 왼편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껐다. 이윽고 리프트 출발. 역무원이 옆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90개의 계단을 리프트가 내려가는 시간은 꼬박 5분이 걸렸다. 만약 리프트가 내려가 있었다면 올라오는 리프트를 기다리는 데만 5분이 꼬박 걸리는 상황이다. 다시 리프트를 멈추고 내리기까지 또 1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휠체어 2대가 동시에 이동한다면 최소 20분, 3대가 이동하면 최소 30분이 걸리는 상황이다.

그 시간동안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같은 시각,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가 에스컬레이터 앞에 잠깐 멈춰서더니 조심스럽게 유모차를 끌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유모차 안에는 어린 아이가 타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건 위험하지만 혼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엄마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어르신 한 분도 에스컬레이터에 조심스럽게 올라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한 명이 기다리는 시간 없이 순조롭게 구산역 4번 출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휠체어 리프트를 타서 승강장까지 가는 시간은 10분 41초가 걸렸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무런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때의 시간이다. 역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다시 개찰구에서 역무원을 부르고 리프트를 타서 승차장에 도착하는 시간 데는 최소 20분 이상이 필요했다. 

퇴근길에 늘 구산역 리프트를 이용한다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정 씨는 “리프트를 타는 게 늘 두렵고 무서운 데 다른 승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림역에서 리프트를 타다 중간에 멈춘 일이 있었는데 수리가 끝날 때까지 한 시간동안 불안감을 느끼며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고 위험했던 순간을 전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쳐다보니 장애인들이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리프트를 이용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한 것이 문제여서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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