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사용실태 지적하자 구의회 사무국 '실수'라며 내역 변경

구의회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함안인터넷신문)

은평구의회 구의원 업무추진비가 쌈짓돈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의원들의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증빙 서류나 사용 목적, 사용 대상 등이 불분명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의원 업무추진비 사용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정 등의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은평시민신문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5월 은평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 이중 문근식 전 은평구의원은 5월 8일과 15일 S갈비 음식점에서 지역현안사안 관련 간담회를 목적으로 의원을 포함해 각각 5명·4명의 인원과 함께 18만원·21만7천원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만일 문 의원이 이 같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면 각각 1인당 3만6천원, 5만4천원의 식비를 지출한 셈이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문근식 전 의원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일부

이렇게 되면 문 의원은 “1인 1회당 4만 원이하 범위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라”는 행정자치부의 ‘지방의회 의원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위반하게 된다. 또 직무수행·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주고받는 식사비용이 3만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저촉 가능성이 있다. 은평구의회도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부터는 의원들에게 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결제하도록 안내했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은평구의회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중 A구의원의 당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변경되었다. 각각 결제 비용이 5명, 4명이던 것이 8명과 9명으로 수정된 것이다. 수정됨에 따라 규정을 위반했던 1인당 식대 비용이 2만2천원, 2만4천원으로 줄었다.

은평구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근식 전 의원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일부

집행내역에서 대상 인원수가 수정된 이유에 대해 구의회 관계자는 “A의원이 업무추진비를 이용하며 각각 8명과 9명이라고 말한 것을 5명과 4명으로 잘못 기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상 인원을 어떻게 확인하냐는 질문에는 “업무추진비 사용 시 사무국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이 말해준 대로 적으며 영수증 외에는 다른 증빙 서류는 없다”고 밝혔다.

은평구의원 업무추진비의 집행 목적은 대부분 “지역 현안업무 간담회”였다. 그밖에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었으며,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의원이 직접 설명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은평구의회와 같은 비판을 받아왔던 강북구의회는 지난해 10월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 및 공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업무추진비 집행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성이 떨어지고 ‘불가피한 경우 3만원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졸속적인 조례라는 비판을 받는 중이다.

이번 은평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에 대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전 사무국장은 “업무추진비 집행에 1인당 기준액이 만들어지고 김영란법을 동원해 세금으로 식비를 지출하는 것은 업무추진비로 대표되는 세금을 쌈짓돈처럼 유용하거나, 무분별하게 집행했던 그간의 관행 때문”이라며 “은평구의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8명이 먹은 것은 괜찮다고 무마할 것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업무추진비 집행 구조는 업무추진비가 구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에 업무추진비 집행 관련 증빙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관련 조례 제정 등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