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응원만으로 바뀌지 않아, 시민의 힘을 모아내는 것이 더 중요

(좌) 녹색당 김민수, (중) 녹색당 이상희, (우) 정의당 조햇님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은 의회입성을 하지 못했다. 선거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 지역이슈가 지역에서 공론화되지 못하는 환경, 중앙정치가 지역정치까지 줄투표로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의회입성 실패’라고 단순히 규정 짓기도 어렵다. 이들의 도전에 관심갖는 이유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해야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의민주주의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냈지만 아쉽게 낙방한 녹색당 김민수, 이상희 씨와 정의당 조햇님 씨를 만나 선거기간 다 하지 못한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선거 끝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희 : 실력 있는 사회복지사였는데 낙선했다(웃음). 낙선 인사도 다니고 쉬면서 지내고 있다. 선거 끝나면 현수막을 걸거나 지하철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인사하는 건 너무 일방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낙선 인사 현수막도 달지 않았다. 골목골목 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사람들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조햇님 : 4,951분의 선택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낙선 인사를 다니는데 시민들 중에는 내가 그 4,951명 중의 하나라고 인사하는 분도 있다. 응암역에서 낙선 인사를 하는데 근처 사장님이 목이 아플 텐데 마시고 하라고 음료도 가져오고 지나가는 분이 박수도 쳐줘서 울컥하기도 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수 : 선거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시민을 어떻게 만날까 싶다. 선거운동하면서 육아를 소홀히 했는데 다시 아이를 돌보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단기간에 인사하는 것보단 길게 인사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민수 씨는 6.52%, 이상희 씨는7.42%, 조햇님 씨는 13.45%를 얻었는데 결과에 만족하는지? 

김민수 : ‘만족한다 안 한다’는 표현이 좀 애매한 거 같다. 한 분 한 분이 투표를 할 때 본인의 마음을 담아서 하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희 : 4년 전에 녹색당이 9.7%를 받아서 이번에는 10%를 넘길 수 있을 거라는 너무 긍정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결과에 조금 실망도 했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 녹색당이 뭐냐고 질문을 받는 상황에선 이 숫자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만족도 실망도 아니고 7.42%의 지지율이 갖는 의미를 잘 살려가고 싶다. 

조햇님 : 4년 전에는 대조, 역촌이 3인 선거구였고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안 돼 후보가 많았다. 그 때 단순합산이 5천표가 조금 넘는다. 이 정도면 당선권이 아닐까 생각하고 어떻게 바람을 일으킬지 고민했는데 햇님이라는 이름 덕도 보고 차량, 노래 등이 초반 바람을 일으킨 거 같다. 이 표를 씨앗삼아 4년 후에는 좀 더 많은 표를 얻어서 당선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진보정당이 기초의회조차 진출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조햇님 : 선거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대부분이 2인 선거구다보니 거대정당 이외에는 의회에 진출하기 쉽지 않고 시민들은 구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이유라고 본다.

3인 선거구라도 해도 민주당이 후보를 2명 내고 당선되는걸 보면서 3인 선거구, 4인 선거구가 중요한 건가 이런 생각도 든다. 

조햇님 : 4인 선거구라도 해도 거대정당, 조직이 있는 정당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진보정당 활동방식과 거대정당 활동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계성이 있다. 3인, 4인 선거구가 2인 선거구보다 낫지만 거대정당이 다 쓸어갈 수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하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중대선거구제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민주당이 거부해버렸다. 

김민수 : 선거제도의 문제보다 지방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의회가 조례도 제정하고 구예산도 감시를 하는데 시민들은 이런걸 잘 모르니까 그냥 줄투표로 가게 된다. 

이상희 : 진보정당을 선택할 이유를 우리가 만들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득권 주류정당들은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가 만나는 지역주민이 너무 제한적이다. 투표를 한다는 건 기대감과 신뢰감을 갖는 건데 얼굴도 모르고 어떤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표를 준다는 건 쉽지 않다. 진보정당과 풀뿌리운동이 시민들에게 그런 신뢰감을 주고 있는지 평가는 있어야 한다. 

갈현동 상상골목에서 진보정당 세 후보가 점프를 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ㅤ 

이상희 :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었지만 일찍부터 늦게까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민들을 만난 경험은 굉장히 소중하다. 녹색당에서 구의원을 배출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녹색당도 모르고 이상희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래도 구의원이 되고 싶었던 건, 정치가 곁에 없어서 힘든 사람들에게 곁에 있으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햇님 : 선거운동기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인사하고 낮에는 상가나 경로당 등에 인사를 갔는데 그 외의 시민들은 만날 수가 없었다. 어떤 시민 한 분이 “구의원이 모든 것을 바꿔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소통인데 선거기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김민수 : 선거 전날까지 들었던 말, “녹색당이 뭐에요?”였다. 후보를 알리는 것도 힘든데 짧은 시간 안에 녹색당이 뭔지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 

선거운동하면서 이래서 민주당, 자한당의 후보들이 의회에 진출하는구나 싶은 걸 느낀 일이 있는지? 

김민수 : 구산역에서 노점하시는 분이 처음에는 관심 없어 하다가 나중에 관심을 두면서 저에게 한 말이 “여기서 선거운동하면 안 돼, 다른 정당 후보들은 이런 곳이 오지 않아. 이미 그들은 다른 곳에 가있어.”라고 이야기 했다. 저희들은 조직과 네트워크가 한정적인데 이미 그들은 사람이 어디에 모이는지 어떻게 모이게 하는지 알고 있다. 

이상희 : 100일 정도 홍보만 할 뿐이지 홍보를 한다고 신뢰감이 생기는 건 아니다. 진보정당은 사람들과의 신뢰관계, 시민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깊게 고민을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더라도 시민들은 우리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 앞으로 4년 동안 계속 극복하고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조햇님 : 지방선거가 중앙이슈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했다. 아파트에는 뜯어보지도 않는 공보물이 엄청나게 버려져있다. 선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결과가 정해져 있는 거다. 언론에서는 큰 정당들만 다루다보니 소수정당은 거의 알 수가 없고 시민들은 큰 정당들만 보고 그 이슈만 보게 되니까 진보정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민수 : 민주당이나 자한당 후보 중에는 여러 번 출마한 후보들이 많이 있다. 진보정당 후보는 낙선된 이후로 지역 활동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한 명도 연속해서 나온 일이 없다. 4년 후에도 출마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한 번 출마하고 다시 못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상희 : 지역에서 먹고 살면서 정당운동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저도 은평녹색당 이름으로 시민사회에서 하지 않는 의정감시를 하고 싶은데 지역당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면서 지역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연계성이 별로 없다. 협치를 하거나 보조금을 받으면서 좀 센 메시지를 던지는 게 어렵기도 하고 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4년 전 선거에 비해 이번 선거를 평가해 본다면?

조햇님 : 정의당이 일정부분 성장한 건 맞는데 진보정당 전체의 성장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이어지면서 예전 민주노동당 때보다 더 나아졌는가, 다음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과거 민주노동당 때보다 의석수가 많아질 건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 전체를 놓고 고민을 해야 한다. 정의당이 이번에 시도의원부터 비례까지 총 37석을 확보했는데 이건 지난 2010년 민주노동당이 기초의회 116석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매우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진보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까? 

이상희 : 당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아쉬울 게 없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얘기하면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기도 한 거다. 지역의제나 지역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가 알고 있었더라면 단지 녹색당과 후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조금은 신뢰감이 생기고 우리 곁의 사람이구나 할 거 같다.

조햇님 : 기초의원 선거가 진보정당이 유일하게 진출할 수 있는 선거일 수도 있다. 시민들이 기초의원만큼은 진보정당에 줄 수 있는 마음이 열려있다고 본다. 지역밀착형으로 활동을 해나가고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려나가면 4년 후는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진보정당이 돈도 사람도 부족한데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어떻게 늘려나갈 수 있을까?

조햇님 : 진보정당이 함께 연대하면서 같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선거 끝나고 나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더라면 하는 게 있는데 그런 것들을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함께 조금씩 확대하면 좋겠다. 

김민수 : 시민 한 분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민원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들을 대표인이 되라”는 말을 했다. 대리인은 타인이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고 대표인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차이가 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하고 같이 해야 한다.

4년 전에는 세월호 이슈가 이번 선거에는 남북평화라는 전국적인 이슈가 등장했는데 앞으로 4년 뒤에 또 이렇게 커다란 전국이슈가 등장하면 지역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닐까?

조햇님 : 중앙의 이슈는 항상 있는 거다. 그래서 그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고 봐야 한다. 

이상희 :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그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데 동네정치의 효능감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해결사가 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정치에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현재 은평구청이나 은평구의회는 굉장히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하고 있고 예산서도 확정 전에 공개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다 배제해놓고 갑자기 나타나서 표 달라, 정치의 주체가 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민수 : 젊으니까 다음에 또 나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뭘 결정하는 건 어렵고 4년 후 만약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로만 말하겠다. 

조햇님 : 다음 선거에 나갈 예정이다. 시민들의 반응이 이 정도일 줄, 당원들이 이렇게 결합할지 몰랐던 선거였는데 무엇보다 4,951명의 지지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충실히 활동하면서 지역을 새로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 

이상희 : 4년 전에 후보로 나올 걸 생각 못했기에 앞으로 4년 뒤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다시 출마하고 싶고 준비를 잘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꼭 당선될 수 있는 4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상희 : 은평에서 기초의원후보들을 인터뷰하고 관심가진 곳은 은평시민신문 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지역에 관심을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언론의 역할이 약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기존의 정치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들이 단지 응원에 멈추는 게 아니라 같이 힘으로 모아내는 시간을 함께 준비하면 좋겠다. 은평은 성숙한 시민사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정치의 변화로 모였던 일이 있었나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단지 응원만으로는 바뀌는 게 별로 없다는 점에 대해 지역에서 함께 고민하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조햇님 : 4년 뒤에는 진보정당 의원들이 꼭 당선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당은 구의원이 아니라도 이 정도 역할은 한다는 걸 보여 주다보면 그 당위성이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건 은평시민신문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언론이 있었기에 작은 목소리도 크게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4년 뒤에는 더 성장해서 꼭 찍을 수 있는, 꼭 찍어야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민수 : 4년 전 출마했던 후보들이 이야기와 지금 이야기가 별로 차이가 없는 거 같다. 4년 후에는 이런 얘기가 안 나올 수 있도록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풀뿌리 시민활동과 육아를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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