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봉산 나들이에서 돌아온 양우가 덥석 안기지 않았다

30개월도 되지 않은 양우를 내 곁이 아닌 낯선 곳, 낯선 누군가에게 맡기기로 결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10살 된 큰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냈고 아이에게 남은 상처와 나에게 남은 후회스러운 일 때문인지 둘째를 맡기는 데 더 신중 하려 했고 염려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던 중 가깝게 지내던 지인 소개로 공동 육아어린이집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올 초 아이를 등원 시키며 사전 아마와 적응 기간을 걸쳐 등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선생님 하니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아줌마 스타일 이였습니다. 지금까지 큰 아이를 키워오며 본적 없는 스타일의 선생님.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에 끌렸던 것인지 날적이 첫 장부터 아이의 이야기와 함께 저의 이야기들을 기록이 아닌 일기로 적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날적이는 초기 헤어짐이 힘든 양우와 저의 미안함과 걱정 등 바이오 리듬에 따라 들쑥날쑥 장수가 늘어났고 오손이 때라 그런지 아주 사소한 아이의 말투와 표현까지 적어가며 재미가 더 갔었습니다.

그때쯤 이었을까요? 어느 날 앵봉산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양우가 덥석 저에게 안기지 않았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웠어요. 버찌로 물든 보랏빛 혀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밀며 저를 약 올리고 하니 에게 뛰어가는 아이. 그 모습에서 엄마보다 선생님이 더 좋아진 걸까? 하는 섭섭함까지 들었습니다. 뛰어가는 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길을 돌리니 하얀 면티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헝클어진 머리의 하니가 보였습니다. 엄마보다 재미있게 놀아 준 하니가 좋았던 거 같았습니다. 해맑게 웃는 양우의 모습 속에 엄마보다 좋은 선생님의 땀과 열정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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