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조강에 봄이 찾아오면 우리도 저 새들처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리라!

문수산에 올라 북녘을 바라본 풍경이다. 김포시 최북단 월곶면 보구곶리 앞 유도가 보이고 강 건너 개풍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정민구 기자
김포 민통선 안 철책. 사진 정민구 기자

 

김포 민통선 안, 철책을 따라 걸었다. 강 건너 손에 잡힐 듯 북녘 땅, 개풍군이 보인다. 

거짓말 같다. 73년 분단국가에서 산다는 건 눈에 훤히 보이는 저 강 건너를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것이란 걸 느끼는 순간이다. 

분단, 평화, 통일. 이런 말들이 책 속에서 뛰쳐나와 뚜벅뚜벅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산지 오래다. 

남북이 서로를 비방하던 확성기도 소리를 멈췄다. 사방은 고요한데 저어새 몇 마리가 한가롭게 먹이를 찾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발걸음만 분주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런 평화가 이어진듯해 저 멀리 보이는 철책선의 임무가 무색해 보인다. 

문수산에 올랐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와 황해북도 개풍군 조강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 70여년의 침묵에 갇혀있는 유도를 품은 조강이 흐른다. 강을 따라 북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임진강이 동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예성강이 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남으로는 염하강이 흐른다. 

남북의 땅을 품어 안은 조강은 중부 내륙의 물줄기를 합해 서해로 실어 나른다. 임진강, 한강, 예성강, 서해바다, 염하강이 합수되는 지점이 바로 조강이다. 

모든 강의 뿌리가 조강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 조상의 강이라 부른다. 

지금은 뱃길이 끊긴지 오래지만 조강은 예전엔 삼남지방에서 서해바다를 타고 올라오던 화물 운송선들이 집결하던 곳이었다. 

서해를 거쳐 손돌목의 거센 염하강을 헤치고 임진강을 통해 개성이나 한양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황포돛대들의 행렬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염하강과 조강이 만나는 곳에 머머리섬이라고도 불렸던 유도가 있다. 지금은 민간인 접근이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예전엔 빠른 물살의 염하강를 헤치고 온 운송선들이 잠시 쉬며 다음 물때를 기다리던 곳이었다. 

분단 73년. 이제야 얼어붙은 조강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제비 서너 마리가 자유롭게 남쪽 조강리와 북쪽 조강리를 오가는 모습을 본다. 

이제 곧 조강에 봄이 찾아오면 우리도 저 새들처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리라!

이제 우리 총을 내리고 함께 꽃을 들고 평화를 향해 달려갈 일만 남았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삼척, 고성을 지나 원산으로 동해선 철도를 따라 달려갈 시간이 멀지 않았다. 

남과 북이 다짐한대로 한반도에 평화를 심고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새 시대를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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