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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 선별해 모판까지, 시작은 했지만 풍작 꿈 이룰 수 있을까‘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이 우리 종자와 논을 지키고자 올해로 3년째 논농사를 짓고 있다
  • 이명주 /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 이사
  • 승인 2018.04.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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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벼 북흑조가 모판에서 자라고 있다

10여 년 동안 도시농사를 지역에 알리고 보급해 온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이 올해로 3년째 논농사를 짓고 있다. 진정한 밥상 자급은 곡식 없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 종자와 논을 지키고자 논농사를 자속하고 있다. 우리 밥상 위의 쌀 대부분은 고시히카리, 아키바리 등 일본 품종이고. 더구나 작년 논면적은 8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논 지키미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토종벼 농사를 지으며 파주 등 가까운 지역의 쌀과 은평 주민을 연결하는 직거래도 추진하고 있다. 올 한해 이들의 논농사를 따라가 본다.

4월7일 : 씨앗 골라 열탕소독
변덕스러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는 날이 많은 초봄이다. 볍씨를 고르고 소독하는 일로 올해 논농사를 시작했다. 다다조, 북흑조, 자광도, 용정찰은 올해 우리 논에서 자랄 토종벼 이름이다. 작년에는 종자를 모두 외부에서 구했는데 올해는 70% 이상을 작년에 농사 지어 보관한 볍씨로 조달해서 뿌듯했다. 볍씨는 소금물에 띄워 좋은 것을 고르고 소독해 따뜻한 곳에서 발아의 과정을 거쳐야 모판 위에 뿌려진다.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작업공간이 실내가 아닌 야외 텃밭인데 꽃샘추위로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도 강했다. 밭 창고에 보관했던 소금은 행방불명이었고 염도계를 챙겨오지 않아 염도측정도 어렵게 되었다.  어렵게 소금을 구하고 손으로 찍어 먹으며 염도를 측정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마치고 참석자 4명이 한 종자씩 집으로 가져가 싹을 틔우기로 했다.  

1주일 동안 농부 4명은 매일 물을 갈아주었고 낮에는 물에 담궜다 밤에는 건져 숨통을 틔워가며 정성껏  잠자고 있는 생명을 깨웠다. 

 2017년, 토종벼를 열탕 소독하고 있다

4월14일 : 모판 만들기
1주일 뒤 싹 틔운 볍씨로 모판을 만드는 날이다. 야속하게도 비가 내리는데 또 야외작업을 해야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아직까지 우리 소유의 논이 없는 터라 올해는 물푸레생태교육센터가 논농사를 하는 김포의 논에 끼어서 하게 되었다. 김포에 가보니 분명 수작업이라고 했는데 그 지역 농부들은 대규모 기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볍씨를 기계로 몇 천 판씩 뿌리는 작업을 하는 곳에서 30판도 안 되는 우리 은평도시농부 수작업자들은 걸리적거리는 존재일 것이다. 하긴 논농사의 99%가량이 기계화되어 있는 요즘 누가 수작업을 한단 말인가. 

그래도 수작업을 하려고 비를 맞으며 모판이 쌓여있는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았다. 모판에 상토를 넣어 수평을  맞추었다. 물을 뿌리고 씨앗을 넣고 다시 흙을 덮어 들뜨지 않게 눌러 차곡차곡 쌓는 것이 이날의 과정이었다. 

씨앗을 꺼내보니 자광도와 용정찰은 싹이 너무 길게 자라있었다. 문제가 없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생명의 힘을 믿고 그냥 진행했다.  물을 뿌려야 하는데 물도 물뿌리개도 없어 100여m 떨어진 주말농장까지 여러 치례 가서 가져와야 했다.  부족한 것투성이였지만 어찌어찌 모판 28개를 만들었다. 1시간 만에 끝낼 일을 2시간을 훌쩍 넘겨 꿑냈다. 

추위에 허기까지 엄습한 우리는 모판 28개를 한쪽에 차곡차곡 쌓고 뒷일은 물푸레생생태교육센터의 주관자에게 맡기고 현장을 떠났다.  모판은 하루를 그렇게 두었다가 다음날 못자리에 넣는단다. 춥고 배고픈 우리는 뜨끈한 칼국수로 배를 불리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역시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 

 2017년, 수작업으로 모판을 만들고 있다
 2017년, 모판을 못자리에 넣고 있다

전통방식이 뭐라고…
그런데 왜 우리는 번거롭고 수고롭고 비효율적인 수작업을 고수하는 걸까. 고백하자면 올해는 우리도 어지간한 건 기계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씨앗을 약으로 소독한다는 얘기에 그냥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그날 기계작업을 목격한 뒤로는수작업 방식을 지속하자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규모가 있는 곳에서 기계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기계로 다양한 종자를 농사짓기는 어렵다.  우리 종자를 지키자고 토종농사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우리 종자를 하나라도 더 보존하기 위해 하는 힘들고 더딘 작업은 가치의 농사를 하는  은평도시농부들의 일이겠다.

지금 우리 볍씨들은 못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모 키우는 게 논농사의 절반이라는데….  

5월 26일 모내기 전까지 부디 안녕하기를 기원한다.  
 

이명주 /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 이사  ymjoo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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