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의 기본정신을 수업시간에 얘기했지만 수능에는 도움 안 되는 이야기였다

옛말에, "젖 먹던 힘까지 다해"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낳고 길러 보기 전까진 사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아기에게 젖을 먹이다 보면 얼마나 힘을 쏟는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다. 젖병을 싹 비우면 그것으로 끝이 날까? 천만에. 아직도 멀었다. 남은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꿈나라로 빠져드는 아기 얼굴의 한쪽을 다시 왼쪽 어깨에 살포시 기대도록 한 다음. 오른손으로는 아기 등을 살살 토닥토닥 하거나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쓸어내리기를 반복하며 “꺼~억~!” 하는 아기의 트림 소리를 애타게 기다려야 한다.

30분을 넘게 등을 토닥였음에도 아기가 트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안 하려나 보다 하고 잠든 아기를 살짝 눕힌다. 얼른 곤한 몸을 눕혀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옆에 누운 아기에게서 “꾸~룩~~~!”하는 물컹하고 끈적끈적한 소리가 나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기 입에서는 분수처럼 분유를 토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젖은 옷을 벗기고 얼굴과 목 주변 그리고 파편이 튄 부위까지 잘 닦아 준다.


놀란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아기를 안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자장가를 부른다. 그때 부른 자장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음정도 상관없고 박자도 상관없다. 그냥 곡소리 같기도 하다. 때론 그만 잠들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육아의 일상은 이렇다. 축약해 정리해봤다. 신생아가 태어나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사실을 교실에서 소상한 설명과 행동으로 아이들과 공유한 셈이다. 이러한 시간조차도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한 명도 졸지 않고 모두가 깔깔대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든다.


엄마와 아빠에게 한 생명이 태어나면 둘은 이렇게 하루 종일 아기 옆을 떠날 수 없다. 하루 종일. 24시간. 온 종일 붙어 아기를 돌봐야 한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밥을 먹여야 한다. 불편함을 해소해 줘야 하고, 어딘지 아프고 열이 나면 새벽에도 아이를 들춰 엎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방식이다.
 

여러분 모두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이처럼 부모님의 정성과 보살핌 속에서 지금과 같이 멋지게 성장한 것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아기는 혼자 일어설 수 있다. 그리고 슬슬 젖도 뗀다. 2년이 지나면 잘 뛰어다닌다. 말도 제법 잘하고 이젠 밥도 먹을 수 있다. 3년이 지나면 기본적인 분별력이 생긴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자식이 태어나면 만 3년이 될 때까지 부모는 자식 곁을 떠날 수가 없다. 하지만 만 3년이 지나면 부모가 곁에 없더라도 한 개체로 성장하는데 커다란 문제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3년을 선물로 받는다. 여러분도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이 선물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과정을 선물로 받았기에 지금의 여러분이 있는 것이다. 이 선물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어린 시절 받았던 3년 동안 부모님 묘를 지키면서 되갚을 줄 알아야 부모에게 도리를 다한 효자라고 했다. 그것이 효의 기본 정신이었다.


여러분 가운데 혹시라도 이 부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서 「예기」 「분상」과 「문상」편을 읽어보면 관련된 내용들을 더 공부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까지 수업의 핵심 내용을 전달하고 혹시 궁금하거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하거나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면, 수업시간 40분 정도가 지났고 이제 10분 남짓 남는 시간이다. 수업시간 50분간 몇 장씩 진도를 나가야 할 시점에 이처럼 수능시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그것도 입시가 코앞인 고3 수험생들에게 매 시간마다 이런 수업을 진행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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