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을 만나다 / 허스토리마실협동조합

허스토리마실협동조합의 조합원들. 가운데가 최선경 상임이사

온통 ‘그’의 이야기다. ‘그녀’의 이야기를 찾고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에 비해 ‘그녀’의 이야기는 덜 중요하고 그렇기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도 부족하다. 기억나는 ‘그녀’의 이름도 많지 않다. 사람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은 줄줄 이어 나오지만 기억나는 ‘그녀’의 이름은 몇 되지 않는다.

허스토리마실협동조합(이하 허스토리)은 ‘그녀’의 이름을 찾아 기억하고 ‘그녀’의 이름을 함께 부르는 이들의 모임이다. 조합원은 모두 강사로 활동하며 여성의 이야기를 사업으로 풀어내는 협동조합이다. 여성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여행과 교육,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함으로써 여성의 역사를 알리고 사회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허스토리는 지난 2003년 여성가족재단에서 진행한 역사강좌를 시작점으로 하고 있다. 허스토리 최선경 상임이사도 이 때 강의를 들은 1기 수강생이다. 계획된 강의가 끝나고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여성사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지 찾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다. 비영리단체등록도 하고 활동도 이어갔지만 활동의 한계도 있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2010년 협동조합법이 나오면서 그동안 함께 활동한 이들이 다시 모여 활동할 계기점이 마련됐다. 협동조합지원센터를 찾아 컨설팅도 받으면서 2014년 다시 협동조합으로 출발하게 됐다.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나갈지 고민을 이어갔다. 40대~60대 여성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을까? 여자들끼리 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까? 다양한 상상을 하며 감성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3만원이면 갈 수 있는 다른 여행사 상품들이 즐비한데 5,6만원 주고 여성들끼리 가는 감성여행은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사를 강조하는 역사여행도 참여자들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였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한 건 2016년 학교로 찾아가는 여성 직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다. 당연히 요즘 학생들은 여성 지식인을 많이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유관순, 신사임당에서 멈추는 걸 보면서 여성인물 알리기도 중요한 일이란 걸 알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작년부터는 여성사를 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행상품 개발보다는 허스토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찾아 나선 것이다. 

허스토리는 어느 지역이나 마을하고 결합해서 활동하기보다는 지역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활동을 했는데 은평에 자리 잡으면서 은평 마을, 은평 지역이야기를 시작했다. 

‘은평마을 이야기꾼 양성과정’은 그런 결과의 산물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는 보통 전래동화 등을 읽어주는 동화구연가의 역할이었지만 ‘은평마을 이야기꾼’은 마을의 이야기를 찾아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엮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한다. 

허스토리 최선경 상임이사는 “이말산에는 궁녀와 내시묘가 많은데 역사를 잘 모르면 이런 묘들이 무섭게만 보인다. 하지만 궁녀들이 살았던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이해하고 나면 달라 보인다. 궁녀는 조선시대 여성 전문직이다. 어떤 사람들이 궁녀가 됐는지 등을 산책하면서 풀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수라간 요리전문가, 편지 써주는 궁체가, 옷 만드는 침방궁녀 등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말산이 달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남성들만 독립운동을 한 게 아니라 거기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는지 알리는 작업도 계획 중에 있다. 시아버지, 남편과 아들이 독립운동을 하면 부인, 딸, 며느리도 독립 운동가로 활동한 경우가 많지만 독립운동가로 기억되는 건 대부분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허스토리는 앞으로 마을이야기 사업을 해볼 계획이다. 지역에 오래 사신 할아버지의 구술을 토대로 이야기책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동지애 같은 커뮤니터가 형성되어 마실가듯 여행가듯 같이가는 회원이 많아지길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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