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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상담] 창살을 앞두고 산재사건을 처리했다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최승현 / 노무법인 삶 대표
  • 승인 2018.04.08 22:20
  • 댓글 0
출처 근로복지공단

내가 쓴 글을 읽은 분이 상담을 요청했다. 지인이 미등록이주노동자(소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지만, 불법이라기보다는 등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인데 얼마 전 법무부에 잡혀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있다고 했다. 1, 2년 전에 회사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이 잘렸는데 한국에서 쫓겨나기 전에 산재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나라는 일을 하다 손가락이 잘리는 경우가 워낙 많다. 그렇다면 손가락이 잘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일하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하니, 대신에 공단 인근에 수지접합술을 기막히게 잘하는 병원들이 생겼다. 잘린 손가락도 아무렇게나 막 처리하면 안 되고 빨리 병원에 가서 붙여야 하고, 잘 붙이면 잘 살아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 분은 그러한 접합술도 못 받은 모양이었다.

일하다 다쳤고 3년 이내의 사고이니 당연히 산재처리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처리기한이다. 산재로 인정되어 장해진단을 받아 보험급여 받을 권리가 확정될 때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느냐의 부분이다. 또한 회사와 합의를 했는지, 합의금으로 얼마 받았는지도 미지수였다. 회사가 산재 여부에 대해 인정하느냐도 관건이었다.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을 해봤다. 타향에 와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렸는데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보상도 못 받았다. 그런 상태로 잡혀서 본국으로 강제 송환을 앞두고 있는데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청주로 내려갔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구속되었거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구속된 사람들 면회는 가본 적이 있어도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생판 모르는 사람을 면회 가기는 처음이었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린 경위 등을 들었다. 위임장을 받고 본국에 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행인지 사업장에서는 일하다 다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팩스로 사업주 날인을 받아 사업장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최대한 빨리 신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고 당시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 당사자가 구금상태이니 근로복지공단이 서류를 신청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주에 있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어느새 인천으로 옮겨와 있었고 곧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산재보험에서 휴업급여와 요양비는 어느 정도 확정됐다. 하지만 손가락이 어디에서 얼마나 잘렸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래야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출입국관리소와 근로복지공단에 관련 공문 등을 보내 출국기일 전에 장해진단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포승줄에 묶여 근로복지공단이 지정한 병원에서 장해진단을 받았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한 것인데도 아이러니하게도 재해자를 체포한 공공기관에 고마워해야 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포승줄에 묶여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를 만나 장해진단을 받았던 이주노동자는 장해급여를 받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장해진단을 받는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서 확인하는 절차까지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얼마 안 있다 본국에서 본국 통장으로 장해급여를 지급받았다. 그런데 나에게 지급해주기로 한 수임료를 주지 않았다. 일하다 다친 부분에 대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은 것은 이해하겠는데 내가 그 분의 보상을 위해서 일한 부분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크게 과하지 않은 수임료이지만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어 굉장히 억울했다.

떠나간 이주노동자의 본국으로 매일 연락을 시도했고, 보름쯤 됐을 때 지급해준다는 말과 함께 수임료를 지급받았다. 산재로 처리되어 보상받은 것은 고마운데 포승줄 묶여 장해진단을 받을 때 내가 시간이 되지 않아 사무실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가게 한 것 때문에 오해를 했다며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한국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임금도 체불되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잡혀서 출국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함께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최승현 / 노무법인 삶 대표  nanalg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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