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힘’(앤드루 졸리 & 앤 마리 힐리) 그 두 번째 이야기

2003년 8월 14일 오후 4시. 뜨거운 여름의 열기로 오하이오 북부의 송전선은 엿가락처럼 늘어나면서 합선되어 불꽃이 일면서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평소라면 전력 생산 업체의 제어실에 경보가 울려 기기 조작 담당자가 문제 발생 지역을 우회하여 전기를 공급하고 그동안 가설공이 물리적 보수 작업을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날 경보는 작동하지 않았다. 정전 사태는 단 8분 만에 미국 8개 주에 거주하는 4천 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밤이 되자 대서양 연안을 오가는 항공 및 철도 여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2003년의 오하이오 대정전과 같은 정전 사태의 발생할 가능성은 사이버 테러 등 다양한 이유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대량의 전기를 먼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송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고, 기후변화 등으로 예기치 못한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1950~70년대에 설치된 노화된 변압기도 문제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적용된다. 현재 중앙 집중적 전력공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 할 것이다.

현재 전력 공급은 발전소에서 전력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오직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일반통행의 에너지 흐름은 기후변화, 사이버테러 안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스워밍 방식과 흡사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모든 소비자가 공급자가 되는,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이 안착된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중앙 전력 공급원에서 전력을 내려 받는 횟수 못지않게 여분의 전력을 전력망에 전송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MIT에서 연구 중인 저명한 화학자 댄 노세라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 그리드조차 갖지 못한 역량, 즉 저장 능력을 전기 시스템에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개개인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 세상에서는 모든 개별 주택이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망이 되고 주유소가 된다. 

이런 개인화 에너지는 대규모 전기 시스템에 좀 더 강한 회복력을 부여할 수 있다. 현재의 스마트 그리드는 중앙 집중화된 기존 시스템에 지능을 부여하는 반면, 개인화 에너지는 주변부에 강력한 자율성과 자급자족 능력을 향상시킨다.

인류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긴 하나 사회적 수용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최첨단 기술은 거대 도시화된 영역보다, 낙후된, 저개발 지역에 선 도입하는 것도 괜찮다. 아프리카에서 유선전화 기술 도입을 건너뛰어 무선인터넷 망을 바로 적용시킨 것처럼 말이다. 

2003년 오하이오 주는 큰 정전피해를 봤다. 그런데 그 때 일부 도심에서는 마치 아프리카 오지의 밤하늘처럼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은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기분을 묘하게 하는 역설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류 삶은 윤택해졌으나 잃게 된 부분도 있다. 

결국 현대 문명이 쌓아올린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오하이오든 한국의 서울이든, 하물며 은평구든 인류 기술이 집약된 곳이라면 매한가지다.

그곳 시스템 관리의 성공 여부가 어떤 상황이든 간에 우리에게 회복력을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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