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탐방]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09년 12월, 역촌동에 겨우 6평 남짓 공간에 작은 센터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돕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장애인 권익을 지키는 활동이 시작됐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여긴 뭐하는 곳인가 들어와 보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던 장애인이 이런 곳이 있었냐며 들어와서 이런 저런 상담을 하기도 했다. 수시로 수박이며 떡을 들고 센터를 들락거리던 주민들은 어느새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되어있었다.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은평늘봄센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은평늘봄센터가 문을 열고 9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중심에는 김선윤 은평늘봄센터 소장이 있었다. 김 소장은 26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중도장애인이다. 어깨 밑으로는 칼로 잘라내도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10년 물리치료를 받으며 버텼지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살아있는 기쁨, 그런 건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장애 당사자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김 소장보다도 장애가 심한 동료들이 ‘살아있는 게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정말 그럴까? 살아있는 게 기쁨이고 행복일까? 그동안 ‘네가 살아있는 게 좋아’라고 말해준 사람은 부모님뿐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전한 ‘살아있는 기쁨과 행복’은 김 소장에게 큰 힘이 됐다.  

은평늘봄센터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장애인자립생활이다. 자립생활은 장애인이 의존성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장애인복지에 중심이었던 재활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자립생활은 모든 문제의 요인이 장애인에게 있다고 여기던 것을 사회가 갖고 있는 불합리성에서 기인한다고 여긴다. 장애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고 그렇기에 장애인은 서비스 수혜자가 아닌 서비스 사용자라는 의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독립은 당사자에게도 중요한 일이지만 가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장애인 독립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장애당사자도 본인을 지원해 줄 사람이 있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짧게는 1박, 길게는 6~7박 정도의 자립생활을 경험하면서 장애당사자와 가족들의 불안감도 상당부분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자립생활주택체험 이후 독립을 한 장애인들의 일상생활관리도 2년 동안 추가로 이어진다. 은평늘봄센터는 그동안 자립생활주택 한 곳을 운영하다 이번에 신규로 두 곳을 추가 운영하게 되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동료상담, 권익옹호, 정보제공, 자립생활프로그램, 자조모임, 활동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김 소장의 경우처럼 장애인 동료상담은 장애인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업으로 장애로 인한 상처와 아픔 그리고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같이 갖고 있는 동료가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지지해주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들은 동료상담을 통해 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사회차별의 문제이지 장애 당사자의 잘못이 아님을 이야기해준다. 


은평늘봄센터는 지난 2013년도부터는 장애인권익활동의 일환으로 인권강사양성 교육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인권 이외에도 다양한 계층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며 초등학교, 장애인 거주시설, 복지관 등에 장애당사자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시민들과 분리되어 살아가지 않도록 관심 가져야

은평늘봄센터는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등과 함께 유니버설디자인 조례제정에도 앞장섰다. 은평지역의 장애인단체들이 함께 유니버설디자인을 공부하고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지역사회에 제안하고 토론회를 열고 선진 사례를 찾았다.  

김선윤 소장은 “유니버설디자인 조례제정보다 중요한 건 이 조례에 담긴 내용이 지역사회에서 실현되는 게 몇 배 더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2010년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인권영화제도 은평늘봄센터의 주요 활동이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7번에 걸친 영화제를 열었다.

현재 은평구 내 장애인구는 2만1천여명 정도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장애인 수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장애인 인구수에 비해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정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장벽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장애당사자들이 실제 혜택을 받는 건 기초수급지원 이외에는 거의 없어서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등이 필요하다. 

김선윤 소장은 “장애분야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마음아픈 순간”이라며 “은평지역에서 장애인들이 시민들과 분리되어 살아가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김선윤 은평늘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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