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학교, 종교기관 등 성폭력 피해는 은평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은평구 내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씨는 요즘 한숨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기저기서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용기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내면서도 정작 본인이 겪은 일을 생각하면 답답함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박모씨는 지난해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상사의 성추행은 박모씨를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용기를 내 직장 내 성추행 문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가해자의 성폭력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주변인들을 동원해 거짓알리바이를 꾸며댄 가해자 앞에 그녀는 약자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피해가 일어난 현장은 그녀가 일하는 일터였고 가해자는 그녀의 상사였다. 일터는 권력을 가진 상사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주변인들은 권력자를 중심으로 움직였고 공공기관은 그녀의 피해사실을 외면해 버렸다.

은평구 내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도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모씨 역시 본인이 당한 성폭력피해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같은 학교 동료교사로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이다. 김모 교사가 답답해하는 지점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린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다. 제대로 된 조사나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같은 학교에서 계속 근무를 하거나 이동을 하더라도 비슷한 권역 안에서 교사이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해교사를 계속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평구 내 한 성당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취재를 위해 여러 신도들을 접촉해 봤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다. 그만큼 성폭력 피해사실을 꺼내어 이야기하는 게 어렵다는 증거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은평구청 공무원 이모씨는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남성 공무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투운동을 농담거리로 만들어버리거나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본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학교, 종교기관 등 성폭력 피해는 은평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꺼내어 말할 기관도 부족하고 용기내서 말해도 묵살당하는 일이 은평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가해자 옹호, 피해자 비난을 마치 재밌는 농담인양 아무렇지 않게 내던져도 괜찮은 은평은 안 된다. 은평에도 미투, 지역에도 미투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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