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획정에만 몰두한 서울시의회, 풀뿌리 민주주의 외면

기초의회 4인 선거구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들

서울에서 4인 선거구가 사라졌다. 당연히 은평에서도 4인 선거구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지난 20일 열린 서울시의회에서는 7곳으로 논의되던 4인 선거구를 0으로 되돌려 놓았다. 

4인 선거구 확대를 주장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기초의회의 주민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다. 양당 구조로 구성된 기초의회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그동안 극명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이 두 거대 양당은 이를 외면했다. 기초의회에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 돼 우리 동네를 바꿔보길 기대하는 시민들을 바람을 그렇게 한순간에 꺾어 버렸다. 

서울시선거구획정위는 서울에서 35곳의 4인선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지만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를 순식간에 7곳으로 줄여 놓았다. 행정자치위원회 10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제도를 개혁해 표의 등가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해온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4인 선거구 쪼개기는 이번에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표의 비례성 강화’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선거구획정이 아니라 밥그릇획정에만 몰두한 꼴이다. 

7곳으로 줄어든 4인선거구도 결국 서울시의회가 앞장서서 걷어 차버렸다. 서울시의회 의원 99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6명이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의지만 있었다면 이렇게 4인선거구를 0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시민들은 고양이는 생선을 지키지 않는다는 걸 실감해야만 했다. 

은평구의회 시의원 4인이 보여준 모습도 은평시민들의 기대와는 한참 어긋났다. 당론이니 어쩔 수 없다, 혼자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로 4인선거구를 없애는 일에 동참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 은평정치개혁공동행동에 참여해 4인선거구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안에 찬성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무색하다. 지방자치의 풀뿌리는 민주주의와 단절된 지 오래다. 아니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지방자치의 풀뿌리와  민주주의가 만난 일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 이번 4인선거구 쪼개기는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을 광역의회에 맡겨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민의가 반영되는 풀뿌리민주주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획정위의 의견이 그대로 수용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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