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선물해 준 토마토라는 별명

9시까지 사전 아마 활동(어린이집 활동 참여)을 하러 소리나는어린이집에 도착했습니다. 면담 때 한 번 갔던 터전이었지만 낮에는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터전에 와보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봤던 곳은 영구 터전으로 옮기기 전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옮긴 터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마음에 무척 들어 했던 넓은 마당에 원두막, 타이어길 등을 사진으로 봤던 터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면담 때 봤던 모습은 훨씬 좁아지고 별다른 시설이 없는 마당이었습니다.

이사하면서 20여 년의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왔을 아이들의 그 많은 놀잇감과 시설을 다 정리하고 오셨구나 하는 생각에 당시 조합원들의 노고가 떠오르는 한편, 도경이가 그것들을 누릴 수 없다는 아빠로서의 아쉬움도 느껴졌습니다. 

저의 사전 아마 활동은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별명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토마토가 저의 별명이 되었습니다. 별명을 정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의 상상력이었습니다.

‘밥풀’이라는 생소한 별명이 최종후보에 올랐는데 그때 제가 신고 있던 양말에 흰색 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점들을 보고 ‘밥풀’을 떠올리는 아이들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별명을 정하고 본격적인 아마 활동이 시작되었고, 오전 간식 먹기, 야외 활동, 낮밥 먹기, 낮잠 자기, 오후 간식 먹기, 자유 활동 등을 같이 했습니다. 4살 아이들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의젓하고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낮밥도 완전히 혼자 잘 먹지는 못했지만 조금 도와주니 다들 잘 먹었습니다. 

아이들과 하루 함께 지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이 모든 활동을 스스로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고 또, 의외로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전에 터전 옆 산으로 야외 활동을 나갔는데 4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산을 참 잘 탔습니다.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최대한 옆에서 지켜봐 주려고 한다는 오손방 선생님 하니의 말씀대로 아이들은 선생님의 믿음 속에서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능력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경이를 소리나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에 아마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참 밝고 해맑다는 것입니다. 소리나는 어린이집의 일과에는 터전 옆 산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시간이 많아 자연과 함께해서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행동 속에서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믿음이라는 괸돌 위에서 마음껏 자기 자신을 펼쳐가고 있었습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