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영 은평구청장 '민선 7기 성공위해선 협치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지난 2월 20일 은평시민신문은 오는 6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 구청장은 그간의 구정운영 소감으로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마을공동체를 바탕으로 자치와 참여를 통해 변화를 추구했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은평은 “생명안전이 중요시되고 지방분권실현으로 시민들의 주체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민선7기에는 협치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 민선 6기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8년간의 구청장을 역임한 소회를 말한다면?

지금생각해보면 구청장에 도전했다는 거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달려들어서 좌충우돌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다소 준비 안 된 편인데도 바람을 잘 탄 거 같다. 우리지역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 마을이라는 공동체적인 바탕이 있었기에 제가 생각하는 어떤 자치와 참여를 통한 세상의 변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다행스러운 시간들이었다. 

  • 구청장으로서 이건 참 잘했다 싶은 일과 아쉬움이 남는 일을 꼽는다면?

성과라고 하는 건 실패를 극복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절대 성과가 없다. 맞부딪혀서 넘어지고 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고지에 올라가고 다음 도전을 하는 것이다. 저는 막 부딪힐 수 있었던 거 같고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시민적인 마인드 시민운동의 감각, 콘텐츠를 구정에 핵심사업으로 채택한 일, 그 일이  제일 잘 한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주민참여예산제, 협치조례 만들고 협치위원회 가동, 사업의 설계부터 마무리까지 주민과 함께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존의 관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시도들이었는데 그걸 시도를 했고 대부분 다 성공을 시켰다. 

솔직히 제일 버거운 문제는 재개발 문제였다. 재개발과 뉴타운, 어떻게 보면 자산의 광풍, 투기와 뉴타운 탐욕 그것이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흐름이었다. 그 후과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 지역의 뉴타운의 부작용 들이 터져 나올 때 구청장에 취임을 했는데 그러면서 솔직히 법적으로 뉴타운 재개발을 사업자중심으로 해놓은 것에 대해서 행정기관의 장으로서 상당한 무기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모델, 산새마을, 그런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면서 이런 것이 대안이다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고통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을 찾았던 거 같다. 행정은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도 도시재생 뉴딜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대안적 개념이라기보다는 별개의 사업이 되어 있어서 여전히 작은 지방정부의 장으로서 넘기 어려운 같은 걸 느낀다. 

일자리문제, 사회복지측면의 문제, 제반 도시개발의 문제 등이 항상 기존의 패러다임, 개발지상주의나 기득권의 재확산, 그런 구조와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는 새로운 시도 간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싸움, 문화적인 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문명의 충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고 그러나 하루아침에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신기루에 가까운 환상이다. 우리는 한 발 한 발 벽돌 쌓듯이 쌓아야 하고 때로는 광풍에 무너지기도 하는데 그동안 뚜벅뚜벅 무너지지 않도록 잘 쌓아왔던 거 같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남은 임기기간동안 이것만은 꼭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의 개발지상주의 속도전 인명경시 이런 것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생명안전권이 우리사회를 운영하는 핵심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 개헌을 할 때 그런 안전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 지시로 기초단체장 대표격으로 화재TF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구는 재난안전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안전의 측면에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얼마 전 미성아파트 화재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행정에서는 안전이 중요하다. 그 안전이라는 걸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게 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민선5,6기를 거치면서 계속 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고민하고 있다. 결론은 지금 우리사회는 불확실한 사회고 중층적인 모순들이 집합되어 있어서 고위험 사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위험사회에서 우리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려면 행정과 시민사회와 마을과 관청과 공기업과 이런 기관들이 기술을 가진 집단은 기술로, 거버넌스라는 집단적인 의사결정구조틀로 행정관청에서 성실성으로 시민들은 내 자신에 대한 강력한 보호본성으로 하나의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도록 운영원리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차분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다. 예를 들면 예측가능한 행정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에게 놓여 있는 불안한 요소는 뭔가? 과거로부터 보건, 자살, 사건, 사고, 화재 이런 데이터들이 다 있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패턴을 파악하고 행정도 거기에 따른 예측적 행정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예측을 통한 예방 대비 대응 보건 이런 행정의 프로세스를 대비해야겠다. 

거시적인 예측 기능을 선제적으로 넣고 미래학적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여러 가지 데이터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한 차원에서 예방을 취하고 매뉴얼에 입각해서 대비하고 거기에 따른 신속한 대응을 통해서 위기를 최소화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민력과 회복력에 기초한 프로세스를 행정에 탑재를 해야 한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요즘 안전문제는 지나치게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시대가 됐다. 각종 재난, 화재, 미세먼지 등 은평에서도 안전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연신내 지하철 출구 쪽에 밀집된 포장마차가 인도, 차도, 자전거도로 등을 막고 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인도위에 노점상, 장애인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려운 상황이고 심지어 차도위에 노점을 운영하면서 사람이 인도를 피해서 차도를 나간다, 전통시장을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이유로 전통시장 주변환경에 대해 시민친화적이지 못한 걸 그대로 방치한 건 저의 실책에 가까운, 생활적폐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응암오거리 카페 촌 정리하는데 3년 걸렸다. 법규의 한계를 교묘히 벗어나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특히 민영화나 규제완화 등으로 불법영업을 해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그걸 단속하거나 제어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3년 가까이 아주 일관된 장기단속으로 거의 소멸시켰다. 

그 다음으로 보고 있는 게 연신내권인데 연신내는 무작정 단속만 강화하지 않고 병행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거기를 문화적인 거리로 만들고 인디밴드공연장이라던가 인디거리 등으로 나름대로 콘텐츠로 수용하고 상인들 사이에서의 자발적인 정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응암오거리 카페촌 정화하듯이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거기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상인들 그 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율적인 정화를 연동하면서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당장 그런 답답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코 완전히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민서7기에 과제들 중에 아마 연신내권이나 지하철역세권 환경정비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주요한 내용 등이 검토되지 않을까 한다. 

미세먼지는 중국 탓도 크지만 국내에서도 노후된 경유차 규제 등 다양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서울은 자동차배기가스 뿐만 아니라 난방 보일러 미세먼지도 상당히 많다. 도시재생의 한 측면으로 신재생에너지 열효율 등을 제고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도시재생에 탑재해서 우리의 생활로부터 빚어지는 미세먼지는 최소화 시킬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 3선 불출마 선언을 일찌 감치했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것인지?

준비하는 분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레임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2,3월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이전의 통제적인 행정, 일일이 지시하고 컨트롤하고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저는 민선5기 때보다 6기 때 훨씬 더 성과가 많았던 거 같은데 민선 5기 때는 새로운 정책공약들이 많았고 협치도 뜻대로 잘 안되는 부분도 있어서 내가 리딩을 했다. 민선6기부터는 공무원들도 구청장이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구정의 목표와 방향이 뭐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 아주 디테일한 지시보다는 각 과에서 알아서 계획대로 차분히 자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자율성에 기초한 공직문화가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 앞으로의 행보는?

40대의 8년의 시간을 은평구 행정경험을 쌓고 많은 시민주민들과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찾은 것이 엄청난 소득이었기에 그런 소득을 잘 정리해서 그 네트워크를 재조직하는 게 필요한 거 같다.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자치분권, 도시재생뉴딜 이런 것들이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사회관계망, 사회적 가치 이런 것들이 민선5,6기에 경험에 기초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여의도 정치의 가치로도 채택될 필요가 있다. 그건 누가 화두를 던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직접 법을 만들고 정책을 조율하는 당사자가 하나의 세력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선 5,6기 경험을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도전을 할 생각이다.

  • 요즘 지방분권도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지방분권이 왜 필요한지 쉽게 설명해 달라.

민선5,6기 때 은평에서 한 실험이 지방분권의 실현이었다고 본다. 예산을 결정하는 것을 공무원의 펜대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세금 내는 주민이 직접 우리 마을의 일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자, 그것이 자치분권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가? 훨씬 더 생산적이고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행정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연말에 쓸데없이 보도블럭을 갈았다 엎었다 하는 일도 없다.

은평의 주민참여예산제를 보다 전국화한다라고 보면 되고 정부가 대폭 재정을 지방에 이양해 좀 더 풍부한 살림살이 밑천을 바탕으로 예산을 설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마을의 문화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장도 지금처럼 3만, 5만 단위에서 만 명단위로 줄여야 하고 동장을 주민의 선출로 뽑고 선출된 동장이 향후에는 구의원을 겸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자치분권개헌이 이루어져서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라는 규정이 분명해지고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이런 것들이 만들어 졌을 때 거기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방의회의 구조나 제도도 변경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공무원들도 지금 어공이니 늘공이나 하면서 물과 기름 하는데, 안전문제라든가 행정에 있어서 중요한 책임성의 요소는 행정직 공무원이 잘 맡아서 운영하되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직접민주주의, 문화 이런 주민들 속에서 나와야 한다. 쇼셜 디자이너와 같은 마을활동가적 공무원들은 마을주민들 속에서 공무원이 나오는 시대로 전환하는 때가 되고 있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 

  • 지방분권시대를 대비하는 견제장치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지방분권시대에 어떻게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견제해왔다. 중앙정부는 항상 공무원인 자들이 있고 몇 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바뀌면서 상부구조의 변화가 있었다. 근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주객이 전도된 거 같다. 선출된 권력이 중심이어야 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거기에 따른 지원기능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워낙 관료화되다 보니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압도한다. 

이제는 선출된 권력에게 제대로 된 권한을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선출된 권력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탄핵절차를 밟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소환제도가 있는데 국회의원은 소환제도가 없다. 지방분권에 대한 견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과도한 국회의 권한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분권에 대한 견제는 무엇일까? 지방분권에 대한 견제는 중앙일수도 있고 달리 보면 주민일 수도 있다. 진정한 주민에 의한 견제가 중요하지 않나 싶고 중앙과 지방의 관계도 상호협력적관계, 상호견제적관계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앙이 지방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분권을 한다고 하면서 중앙의 통제가 견제라고 합리화할 수는 없고 중앙정부에 대해 지방정부의 견제구가 좀 살아나서 좀 더 균형화되어야 한다. 

결국은 주민들이 지방분권의 주체가 되어 지방정부의 장이라던가 지방의원들이 지방분권의 과실을 영유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보람이 돌아가고 주민들이 의사결정의 주인이 되고 관리나 의원들이 주민들에게 복무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운영원리는 자치권에 바탕을 둔다 는 내용이 동시에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방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위해서라도 지역신문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명 계도지예산이라고 불리는 구정홍보용신문예산이 매년 5억원 이상씩 지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준과 근거도 불확실하다.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선5기 들어올 때 당시 야당의 구청장들이 긴밀한 협업을 해서 세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준비가 완벽하지 못했고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 중앙정부는 강력한 정권홍보의 도구를 갖고 있다. 광고나 매체에 대한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분권의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기사를 만들어서 ‘흥청망청 낭비하는 지방축제’ 이런 기사 내보낸다. 그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우리의 홍보수단이 필요했던 거 같다.

합리화하자면 계도지에 대해 어느 정도 중앙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으로 유지시켰던 거 같다. 지금 지방분권을 얘기하는 마당에, 분권의 핵심이 시민권에 있다고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유로 계도지를 활용하는 문화는 좀 개혁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소 약한 자에게 마지막 저항할 수 있는 저항권이었다. 이렇게 변명하고 싶다. 

국회 보좌관으로 있을 때 지역신문발전법 통과에 역할을 좀 했었는데 그 목표는 지방문화의 정체성을 함양하는데 있었다. 지방언론이 중앙언론에 독과점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발전법을 통과시켰는데 그동안 중앙정부의 강력한 언론통제정책 때문에 거의 씨가 말랐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지역신문들의 거의 똑같은 지면에, 거의 같은 콘텐츠를 창을 달리해서 나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평시민신문과 같이 협동조합 체제에서 지역신문을 이끌고 있는 건 극히 드문 사례다. 독립신문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격려를 보낸다. 

  • 평창올림픽이 열리면서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남북화해시대, 통일시대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은평의 역할이 있다면?

은평은 서울에서 가장 문학적인 동네다. 통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 되어있는데 통일로라는 ‘로’가 길을 뜻하기도 하지만 가치나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이 통일로라는 도로를 끼고 있는 것도 은평이 갖는 상징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통일로 올라가는 출발점, 부산과 의주로 양쪽으로 천리라는 양천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 할 때 그 경의선의 출발점 등이 은평이라는 지형지위가 통일로 뗄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거 같다. 

어떻게 통일에 기여할 것인가? 통일은 결국은 국제적 정세,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핵문제를 포함한 수교문제 평화협정의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런 큰 계획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생활과 별도로 떨어져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은평이 전쟁 아닌 평화를 얘기할 때 그것이 서울시민에게 얼마든지 전파될 수 있다고 보고 이걸 좀 더 상징화하고 싶었다. 한국문학관을 유치하고 싶어 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새 정부의 문화부장관이 그렇게 쉽게 중앙, 이익중심의 논리에 경도될지 몰랐다. 나는 대단히 실수했다고 본다. 문체부가 국토부와 같은 논리를 가지면 안 된다는 얘기를 강력히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평창도 평화올림픽이 아니고서 저 많은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 앞으로 은평이 민선7기에 발전하려면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협치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사회의 책임감과 공무원 대표자들도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보다 높은 차원의 인식, 보다 높은 수준의 협치에 대한 마인드가 양쪽에서 동시에 필요하다고 본다. 한쪽만 노력해서는 답이 없다. 시민사회와 공직사회가 서로 배타적인 사이가 아니라 보다 융합이 되면 좋겠고 조화롭게 어울리면 좋겠는데 참 쉽지 않다. 민선7기에는 시민사회가 공무원들에게 시민사회의 언어와 생각에 대해 설명하고 공무원도 행정이 어떤 존재라는 걸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상호간에 학습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교류 등이 더 많아져야 한다.  

  •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각오였는지 어떨 때 큰 기쁨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민선5기에 출마할 때 그 바탕은 분노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 그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허탈함이 있었다. 진보 운운하는 사람들이 말뿐인 진보를 하지 않았나 싶었고 뿌리깊이 땅속으로 들어가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그 속에서 사람을 변화시키진 못했구나 싶었다. 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누군가를 욕하기 전에 다가가서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다. 민선5,6기를 통해 마을, 공동체, 상생의 이야기 등을 했는데 이런 진보적인 언어들을 이제 시민들이 쓸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정착시켰다고 본다. 지역의 여론 주도층이 50대 이상의 여성들인데 그 분들이 이제는 단지 이념의 잣대로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동질의식을 갖고 바라본다는 점, 내가 쓰는 언어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수용한다는 게 상당히 기분 좋은 변화였다. 또 두꺼비하우징, 도시재생, 산새마을 모델 등이 우리지역사회의 견본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대표정책으로 채택되고 눈에 보이지 않은 이런 변화들이 한국을 움직이는 표준으로 전환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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