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기원하며

알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은 꿀 알바라 칭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무척 고된 알바로 취급된다. 이 일을 ‘알바’라고 칭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청년들, 사회 초년생이 많이 하는 일 중에서 힘든 일이 바로 주유소 알바다.

주유소와 관련한 사건은 두 가지가 생각이 난다. 둘 다 30세 남짓한 경우다. 첫 번째 경우는 30세정도 되는 여성분이 5년정도 일을 했는데, 퇴직금,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등을 받지 못한 경우다. 그런데 사실 임금을 못 받았다는 것 보다 더 놀랐던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 그 자체였다. 

지방에 살던 그 분은 주유소 일을 하면서 주유소 옆에 붙어 있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시간을 일을 했다. 1달에 쉬는 날은 단 2일 뿐이었다. 점심식사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10분, 15분 만에 해결을 해야했다.

주간 노동시간이 72시간-84시간에 이르고, 숙소가 사업장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했고,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경우 ‘임금체불’로 진정을 넣는데, 이 때 나는 ‘휴게시간 미부여’와 ‘연장근로제한 위반’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업장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당사자도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고, 주유소 생각만 하면 진저리가 난다고 해서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았지만 나는 그 때 주유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았었다. 

이 사건 이후 2년쯤 지났을 때, 어떤 부부가 찾아왔다. 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주유소 옆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오전 7시-19시 근무, 월 2일 휴일, 앞선 노동자와 똑같은 노동환경이다. 그런데 일을 하러 나와야 하는데, 잠을 자가다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검을 했고, 그 결과 ‘사인미상’으로 판정이 됐다. 

지난 사건의 충격도 있었고, 주유소의 열악한 환경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사장을 고발 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장은 이미 폐업을 한 상태였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과 주유소 업계에 대한 분노도 치밀지만 노동시간 및 노동환경에 대해서 사업주를 비롯한 동료노동자들의 증언이 절실했다. 결국 고발은 포기하고 여러 가지 증거들을 모았다. 많이 서글펐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 것이 있어 1년이 넘게 사건을 끙끙 앓으며 갖고 있다가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서 사망한 것으로 ‘급성심근경색’ 추정이 가능하고, 업무상 질병인 뇌심혈관계질환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하며 산재신청을 했다. 하지만 최초에서 불승인이 됐다. 노동부에 재심사청구를 할까, 법원에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까 고민을 하다가 재심사청구를 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재심사청구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다행히 객지에 자식을 보냈다가 그 죽음을 맞이한 부모에게 산재 유족급여를 드릴 수 있게 됐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그 옆의 숙소를 쳐다본다. 거기에서 기숙하면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있겠지. 지금도 매일 12시간씩 1달에 2일 밖에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나 궁금하다. 이 열악한 노동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매캐한 매연을 언제나 맡으며, 차가 오면 달려가는 주유소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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