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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안전한 세상은 없다동네개 돌보며 환경, 공동체를 알아가는 허은영 씨를 만나다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8.02.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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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영 씨가 동네개들과 함께 있다.

 

녹번동 주민 허은영씨가 동네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3월경이다. 이웃 아주머니가 동네개들에게 밥을 주는 걸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다. 그저 개들을 좋아하는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포수가 와서 개들을 잡아갔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잡혀간 개들은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개들이 느꼈을 공포심이 전해졌다. 잘못한 게 없는데 잡아간다고 생각하니 누구든 잘못하지 않아도 위협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네개들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요즘 동네개들은 어찌 지내나?

겨울이 너무 추워서 주민들이 텐트를 쳐줬더니 그날부터 들어가 살고 있다. 서울시 중성화프로젝트를 통해 중성화도 진행 중이다. 아이개 밍키는 중성화를 마쳤고 초코랑 미미는 중성화를 위해 사상충 치료 중이다. 엄마개 뚜치는 사상충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할 거 같고 다른 한 마리는 포획이 어려워서 중성화가 어렵다. 용이가 낳은 새끼 6마리는 주민들이 돌보다 입양시키기도 했다. 지금은 5~6마리가 지내고 있는데 만약 10마리 이상이 떼지어 다닌다면 사람들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평구청에서 민원이 또 들어오니 개들을 잡아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무조건 잡아가서 안락사 시키는 건 아니라고 은평구청에 연서명해서 제출했고 알았다고 답변 받았지만 구청에서는 다 잡아가거나 아니면 개별가정에서 입양시키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처음부터 이 동네를 집으로 삼아 자유롭게 살던 동네개들인데 하나씩 잡아서 집집마다 가두라는 요구를 들으니 답답하다. 동네 개들이 위험스런 행동을 했다면 사람들이 위협감 느끼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는 안전장치 논의는 필요하다

-동네개들이 멧돼지가 내려오는 걸 막는다고 하는데

북한산 자락 아래여서 멧돼지가 자주 내려온다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내려오기도 한다. 세 마리가 떼로 온 적도 있다. 동네 개들이 계속 짖어 대서 멧돼지들을 밀어낸다. 개들이 멧돼지랑 싸워서 이기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방어선을 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고마운 거다. 

-동네개를 돌보면서 힘들었던 점은?

서명 받으면서 몸도 피곤하고 내가 왜 이런데 시간을 써야 해야 하나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개가 다니는 길을 유심히 보게 되고, 그 길에 음식물쓰레기가 있는 것도 보이고 개들이 저걸 먹고 병균을 옮기면 결국 우리에게도 좋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안전한 세상은 없구나, 환경, 생태, 개와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친 다는 걸 깨달았다. 밍키를 산책시키면서 같이 운동도 하게 되고 동네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한편으론 나도 동네개들한테 돌봄을 받는구나 싶다.

-혼자하기엔 힘든 일로 보인다 

동네 개 때문에 소통하는 주민이 열 명 정도 된다. 밥주는 멤버가 밥을 못줄 때 다른 주민들이 역할분담해서 밥을 준다. ‘어느 개가 안보여요’ 하고 카톡방에 올리면 ‘아까 저기서 봤어요’ 라는 답변이 올라온다. 그런데 주변에 소리소문없이 동네개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 동네개들을 치료해주고 밥 주는 일을 10년 이상 한 주민도 있다. 그동안 어떤 분들이 동네개들과 소통해왔는지 하나씩 알게 되고 이 동네 역사, 동네개들과의 이야기, 생명체를 서로서로 존중하는 역사가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삭막했던 동네에 동네개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기니까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게 되고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위험하거나 필요로 할 때에는 이 분들이 도움을 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좋다. 개인 프라이버시도 존중받으면서 관계를 트는 게 좋다.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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