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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일꾼대표
  • 승인 2018.02.0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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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천봉 주목 고사목

나를 주목해달란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냥 ‘주목’ 한다. 화가 많이 나 있는 모양이다. 알았어요, 당신 이야기에 귀 기울일 테니 이름이나 알자 그랬더니 ‘주목’이란다. 아하, 이름이 주목이구나. 한자어를 찾아보니 붉을 朱, 나무 木이다. 붉은 나무란 뜻이다. 어디가 붉은고 하니 나무줄기다. 줄기만 붉은 게 아니라 속도 그렇다. 겉과 속이 다름이 없다. 어떤 이는 이런 모양새를 표리부동으로 풀이했다. 요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주목으로선 이해 못할 일이다.  

화난 이유가 궁금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높은 곳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덕유산국립공원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무리지어 살았다고 한다. 전라북도가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하기 전까지 평화로운 생태계였다. 사람들은 국제규격의 스키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규격을 맞추려다 보니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인 이곳이 적당하다고 했다. 스키장을 지을 테니 미안하지만 나가라고 했단다. 손도 발도 없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냐고 피눈물로 하소연을 했다. 그런 외침은 국익 앞에 씨알도 안 먹혔단다. 물론 주목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강제로 옮겨졌고 그곳에 국제 규격의 스키 슬로프가 들어서게 됐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 언젠가 무주리조트에 스키 타러 오시거든, 관광용 곤돌라를 이용해 덕유산 향적봉까지 등산하러 오시거든, 죽어서도 아름다운 비장미를 내 뿜는, 그래서 당신들의 사진 배경으로 마지막까지 봉사하는 주목을 보시란다. 나무들의 저주가 쌍방울 개발을 망하게 했는지 마지막으로 궁금하다고 했다. 

2018년, 데자뷰! 이번에는 강원도 평창이다. 3수 끝에 얻어낸 동계 올림픽이다. 국제규격의 스키 활강경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17일간 쓰일 활강경기장 코스를 만들 장소로 가리왕산이 지목되었다. 이미 만들어진 국제 규격의 활강 경기장이 있으니 그곳을 사용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렇게 할 수 없단다. 이유는 모르겠다. 가리왕산은 우리가 600년 이상 살아온 곳이다. 다른 곳은 대가 끊겨 걱정이라지만 이곳은 수 백 년 큰 나무에서 작은 나무(묘목)까지 세대별로 함께 사는 우리나라 내륙의 유일한 번식지라고, 그래서 다른 곳과 달리 대가 끊길 염려가 없는 곳이라고 나무 전문가들이 경이로워 하던 곳이다.  

산림청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던 가리왕산의 일부인 78㏊를 해제하는 한편 슬로프 건설로 훼손이 불가피한 주목, 분비나무, 전나무 등 121그루를 옮겨심기로 했다. 강원도가 추산하는 스키장으로 인해 훼손되는 나무는 모두 5만여 그루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는, 옮겨 심겨지면 무사할까? “국내 최대의 주목 자생지였던 덕유산에 유니버시아드대회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옮겨 심었거나 경기장 주변에 위치한 주목의 70%가 죽고 현재도 죽어가고 있다” 어느 산림생태학자의 말이다. 

주목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20~30㎝ 굵기로 자라는데도 약 100년이 걸린다. 따라서 지름 120㎝의 거목이라면 수령은 600~700년, 고려 시대부터 가리왕산을 내려다보고 있던 셈이다.

주목은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등 1000m 이상의 산에만 분포하는 대표적인 고산수목이다. 흔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불릴 만큼 더디게 자라 나무결이 곱고 단단해 고급 가구와 건축 재료로 사용하였다. 

장수를 상징한다고 노인들은 우리를 이용해 지팡이를 만들었다. 또 한 뼘 정도로 얇게 다듬어 관리들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을 만들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활을 만드는 데 귀하게 쓰였다. 영국의 의인 로빈 후드의 활 재료도 바로 주목이었다고 전해진다. 줄기에서 붉은색 물감을 뽑아내기도 하는데, 궁녀들의 옷감 치장은 물론, 임금의 곤룡포를 염색할 때 활용했다고 한다. 

한약재로도 중요하다. 과실은 맛이 달콤하지만 독성이 조금 있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잎을 구충제로 사용했는데 가끔 중독을 일으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목이 당부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동계올림픽 성황리에 마무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번 행사가 이왕이면 평화로 가는 디딤돌이 되면 우리의 목숨값이 조금은 보상 받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다만 이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신 그들의 바람을 새롭게 바뀌는 헌법에 꼭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독일 헌법인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1조 1항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않는다’ 바라건대 우리가 갖고 싶은 헌법 제1조 1항은 ‘모든 생명은 존엄하고 그 존엄은 침해되지 않는다’라고.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일꾼대표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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