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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끊긴 시장에서 청년상인 성공기대 어렵다
  • 정민구 기자
  • 승인 2018.01.1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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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 육성이 아니라 전통시장 
빈 점포 채우기 사업이라는 지적

증산시장 바닥공사로 한 달간 영업 못하기도
청년점포 19곳 중 지난해 5곳 문 닫아

텅 빈 증산종합시장에 있는 청년점포들은 문이 닫힌 곳이 많았다.

“불쌍해 죽겠어! 손님 없는 시장에서 하루 종일 멍하니 가게 지키고 있는 젊은이들 보고 있으면 내 가슴이 아프다니깐!”

증산종합시장(이하 증산시장)은 휑했다. 지난 12일 한파로 영하 14도를 기록했던 증산시장에는 시장을 찾는 인근 주민들의 발이 뚝 끊겨있었다. 시장 바로 옆 증산2구역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하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잃었다. 더 이상 시장을 지키기 어려워 텅 비어있는 상점도 있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증산시장은 지난해부터 청년창업 실험공간으로 지정돼 8개(지난해 2개소 폐업)의 청년점포가 들어서 있다. 치킨, 카페, 제과, 주류, 네일 등 업종도 다양하다. 

점포 개업 두 달 만에 시장 보수 공사로 영업 못해

증산시장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바닥 보수 공사 작업으로 한 달 동안 시장문을 닫았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걸어다니기 어려웠던 이전과는 달리 걷기 편하고 깨끗해졌지만 청년 점포뿐만 아니라 기존 상인들의 손님마저 발길이 뚝 끊겼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보수공사로 시장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한 달 넘게 시장이 문을 닫으니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찾아오지 않고 있다”며 “개업한지 얼마 안 된 청년들은 실망이 막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증산시장에 청년점포 5개소를 개업시켰다. 1년간 보증금과 임차료를 지원하고, 마케팅·창업컨설팅 등 교육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부터 한 달여간 시장 보수공사로 영업을 중단했고 공사가 끝난 후엔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이 끊긴 상태가 됐다. 

증산시장 청년상인 B씨는 “개점한지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한 달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니 수익도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공사 전에도 시장을 찾는 손님이 적었는데 그마저도 공사 기간에 끊겨 회복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열정만 낭비하는 실패 되지 말아야 

한 청년점포는 문을 연지 오래됐는지 문 틈에 많은 우편물이 꼽혀있었다.

은평구의 청년점포 개·폐점 상황을 살펴보면 2016년과 2017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은평구청의 지원으로 개점한 청년상인은 응암동 대림시장에 9곳, 증산시장에 10곳 이었다. 이중 지난해 대림시장은 3곳, 증산시장은 2곳이 폐업했다. 특히 폐업을 선언한 증산시장 청년점포 2곳은 1년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이 없는 상점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단 폐업을 선택한 것이다. 

증산시장 청년상인 C씨는 “연서시장, 망원시장 등과 같이 찾는 사람이 많은 전통시장에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청년상인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적고 시장 상권이 죽어있는 곳인데 증산시장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사업은 청년상인 육성 사업이 아니라 전통시장에 비어있는 상점 채우기 사업이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증산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깔끔하게 차려진 청년점포가 많아져 시장이 좋아 보이지만 재개발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죽은 상권이 된 증산시장에 계속해서 국가예산으로 청년점포를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통시장 청년상인 사업의 실패사례가 급증하다보니 올해부터 중소기업청은 기존에 각 지자체가 청년 상인을 선정하던 방식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도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사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업 변경의 취지는 지자체가 선정한 청년들이 의지와 능력이 부족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년들이 한 번에 성공하긴 어려워도 값진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처음 전통시장 청년상인 사업을 실시한 취지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활기를 잃은 시장 한 공간에서 열정만 낭비한 채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민구 기자  journalkoo@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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